국제 정치·사회

英, 이란 유조선 억류 중동 다시 요동

'EU 對시리아 제재' 명분으로 나포

이란 "美가 시킨 해적질" 강력 반발

서방 전체로 외교갈등 확전될 수도

4일(현지시간) 영국 해군이 공개한 330m 크기의 ‘그레이스 1’이라는 이란 유조선 모습으로, 영국령 지브롤터 경찰과 세관 당국은 이날 유럽연합(EU)의 대(對) 시리아 제재를 위반하고 원유를 실어나르려 했다는 혐의로 이 유조선을 억류했다. /EPA연합뉴스4일(현지시간) 영국 해군이 공개한 330m 크기의 ‘그레이스 1’이라는 이란 유조선 모습으로, 영국령 지브롤터 경찰과 세관 당국은 이날 유럽연합(EU)의 대(對) 시리아 제재를 위반하고 원유를 실어나르려 했다는 혐의로 이 유조선을 억류했다. /EPA연합뉴스



영국령 지브롤터가 이란산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향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조선을 억류했다. 이란이 7일(현지시간)부터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무력화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가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빚어진 이번 선박 억류가 중동지역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정부는 유조선 억류 조치가 미국·이란 간 갈등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EU)의 대(對) 시리아 제재를 명분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제재에 사실상 동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 간 일촉즉발의 외교갈등이 영국을 포함한 서방과 이란의 대결구도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팽배하다.

0615A15 이란 유조선 나포지점


4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령 지브롤터 경찰 및 세관당국은 이날 오전 파견된 영국 해군 군함의 도움을 받아 지브롤터 남쪽 4㎞ 해역을 지나던 대형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호’를 나포했다. EU의 대 시리아 제재를 위반하고 원유를 실어나르려 했다는 혐의다. 파비안 피카르도 지브롤터 행정수반은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1’이 시리아 바니아스 정유공장에 원유를 운반 중이라고 믿을 근거가 있다”면서 “이 정유공장은 EU 제재 대상 기업의 소유”라고 설명했다. EU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민간인 탄압을 이유로 2011년부터 시리아 정부인사 277명과 72개 기업 등에 대해 원유금수, 투자제한, EU 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실은 성명에서 “지브롤터 당국의 이 같은 (제재 위반 선박 나포) 행위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AFP연합뉴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AFP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이번 유조선 억류 조치가 미국의 요청으로 집행된 것이라는 스페인 정부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럼에도 이란은 “(이 일은) 미국이 시킨 해적질”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주 이란 영국대사를 초치해 “불법적 억류”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특히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선박 억류 소식이 나온 직후 트위터에 “아주 훌륭한 뉴스”라면서 “미국과 동맹국은 이란과 시리아가 이러한 불법적 거래로 이익을 취하는 것을 계속 막을 것”이라고 밝혀 ‘미국 요청설’에 기름을 부었다.


이란이 7일부터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대응해 핵합의에 명시된 우라늄 농축 상한(3.67%)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벌어진 이번 사태는 걸프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한층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핵합의 당사국인 영국이 이란 유조선을 억류함에 따라 유럽의 중재를 기대했던 이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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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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