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장례지원 업무를 맡은 뒤 지병이 악화해 숨진 경우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고(故) A씨의 유족이 이씨가 다니던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87년 회사에 들어가 생산과 가공파트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016년 2월 말 부서원의 빙부상 때문에 조사지원팀에서 3일 동안 일했다.
이씨는 당시 조사지원팀 업무를 마친 이튿날 갑자기 가슴 뻐근함과 기침,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을 호소했다. 그는 장례가 끝난 다음 날 복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았고, 사흘 뒤 심부전에 의한 심인성 쇼크로 사망했다.
사인은 혈액순환 장애로 발생하는 심부전에 의한 정신적 쇼크로 진단됐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과로가 아닌 맹장염 수술 때문에 기저질환이 악화한 것이라며 유족의 청구를 거절했다.
이에 회사 역시 A씨의 유족들에게 지급되는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씨 유족은 이에 불복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량이나 시간이 이전보다 30% 이상 증가하면 업무상 과로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씨는 발병 전 기준에 해당하는 업무상 과로 상태에 있었고, 이로 인해 심장병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의 기존 질병인 심부전 등이 조사지원팀 업무와 연관된 과로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면서 심부전에 의한 쇼크를 유발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씨의 사망 1주 전 업무량은 평균보다 30%를 훨씬 초과했다”며 “또 이씨가 조사지원팀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면시간 부족과 업무 과중 등으로 인해 상당한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조사지원팀 업무 중에도 기침을 하고 가슴이 뻐근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등 심부전 악화 증상을 보였고, 급성 총수염 수술 이전에도 이미 심부전 증상을 호소했다”며 “업무상 과로가 기존 질환인 심부전의 악화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