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이 반도체 등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나 대형 패널의 경우 중국의 거센 추격에 따라잡힐 위기에 몰려 있으며 조선업도 중국과의 격차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반면 중국은 태양광 패널이나 컴퓨터 등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한때 수위를 달리던 가전 분야를 중국에 넘겨준 것처럼 언제 어느 분야에서 1위를 빼앗길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때 가상현실(VR) 헤드셋 분야에서 1위에 올랐던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에 밀려 단번에 4위로 밀려난 사례는 ‘졸면 죽는다’는 경각심을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주목할 것은 신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개 품목의 1위 업체가 1년 새 뒤바뀌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발전용 대형 터빈 시장에서는 히타치가 GE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고 저장장치 분야에도 새 맹주가 탄생했다. 하지만 우리는 화상진단기기나 클라우드 서비스, 암치료약 등 새로 떠오르는 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 채 구경꾼으로 전락한 처지다. 미국이 독점해온 시장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을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드러났듯이 시장지배적 제품과 기술은 단순히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좌우하는 국력의 핵심 요소다. 갈수록 치열한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하고 독보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낡은 규제와 기득권을 타파하고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