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브랜드 백화점에 있는 거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의 인지도 또는 품질을 가늠하는 척도는 곧 백화점 입점 여부였다. 하지만 밀레니얼·Z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무신사’ ‘W컨셉’ ‘29cm’ 등 유수 온라인 편집숍 입점 여부가 새로운 소비 기준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무신사를 통해 소비자와의 온라인 접점을 늘린 휠라가 부활에 성공하면서 ‘포스트 휠라’를 노리는 왕년에 잘 나갔던 전통 강자, ‘온라인 퍼스트’를 외치는 K 패션 브랜드가 온라인 편집숍에 노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무신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무신사에 입점한 전통 브랜드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포스트 휠라’를 지향하는 엘레쎄의 경우 지난 2017년 8월 입점 후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425%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FW시즌부터 스포츠 라인보다 뉴트로 유행에 맞춘 ‘헤리티지 라인’을 늘리는 등 소위 ‘무신사 톤’에 맞춘 제품들을 내놓은 결과다. 엘레쎄 측은 “지난해 1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이의 2배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엘레쎄는 최근 1년간 오프라인 매장 15곳을 폐점하고 베트남·미얀마 공장을 통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팔 티셔츠를 3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파는 식이다.
같은 해 입점한 ‘카파’도 매년 새로운 컬렉션을 무신사 매거진을 통해 선보이고 한정 콜렉션을 출시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 봄에는 브랜드 전통을 강조한 어글리슈즈 ‘챔프 홀릭’을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입점한 ‘지프’의 컬러가 강한 어글리슈즈도 무신사 스토어 랭킹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무신사 톤’에 맞춘 캐주얼 브랜드도 부흥에 성공했다. 올해 무신사에 입점하는 등 젊어지려고 노력한 ‘폴햄’을 소유한 ‘에이션패션’의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영업이익은 6월까지 1년간 영업이익은 180억원으로 전년보다 164% 증가했다. 이 회사가 영업이익이 100억원이 넘은 것은 6년 만이다.
백화점 매장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영 온라인몰로 조금씩 무게추를 옮긴 대기업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같은 온라인 편집숍에 앞다퉈 입점하고 있다. LF는 지난해 말 TNGT와 일꼬르소, 블루라운지의 무신사 입점을 시작으로 올해 던스트·질스튜어트스포츠·HSD까지 총 6개 브랜드를 무신사·W컨셉·29cm에 입점시켰다. 삼성물산 패션의 빈폴스포츠와 에잇세컨즈, 빈폴멘즈는 일찌감치 2017년 무신사에 둥지를 트는 등 이달까지 7개 브랜드를 무신사·W컨셉 등에 선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디자인유나이티드’가 ‘라이온킹’ 컬래버 상품 출시를 기념해 처음으로 무신사에 임시 입점했다.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W컨셉의 경우 백화점에서 고전하고 있는 중견 핸드백 브랜드들과 ‘브랜드 리버스(Rebirth)’ 프로젝트를 가동 중에 있다. 세컨 브랜드 또는 단독 컬래버 상품을 출시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하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집숍의 판매 수수료율도 백화점 수준이지만 온라인은 인건비 등 매장 운영비가 덜 드는 데다 젊은 감성을 입혀야 하는 이유로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