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MLB '애슬레틱스'식 보험사 꿈꾸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통계로 유망주영입 20연승 신화

IT업체서 퀀트인력 '집중 수혈'




영화 ‘머니볼’은 통계에 근거한 분석으로 유망주들을 영입, 무려 20연승을 거둔 미국 프로야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화를 다룬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증권사·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퀀트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 메리츠화재(000060)가 주인공이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한 투자 기법인 퀀트를 응용해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손해율은 낮춰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 들어 한국투자증권·NH아문디자산운용을 거친 김병규 상무를 장기전략파트로 영입했다. 지난 2016년부터 리스크관리책임자(CRO)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증권 출신의 장원재 전무에 이어 퀀트 전문 임원을 모셔온 것이다. 이 밖에도 골드만삭스·NHN, 심지어 게임업체 등 금융투자·IT 산업 전반에서 다수의 퀀트 인력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개발, 손해율 계산, 인수심사 등 보험사업 전 영역에 퀀트를 적용해 효율과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이전까지 보험사는 보험금이 지급된 후에나 구체적인 손해율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새 보험상품을 출시하기 전 손해율 예측도 ‘과거의 경험’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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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메리츠화재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보다 과학적으로 손해율을 관리한다는 목표다. 과거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그룹화한 후 이를 빅데이터 시스템으로 만들어 특정 연령대 가입자·특정 담보의 손해율뿐만 아니라 보험사기의 가능성까지 사전에 파악해 관리·대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메리츠화재는 IT 전문가들로 구성된 ‘데이터사이언스파트’를 별도로 꾸려 운영하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치매보험·펫보험 등 장기적으로 손해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해 공격적으로 영업할 수 있었던 동력도 퀀트다. 데이터 분석으로 안정적인 손해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타사에서는 ‘과격하다’고 평가하는 상품·영업이지만 메리츠 내부에서 철저히 계산과 분석을 거친 결과이기 때문에 결코 손실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실제로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보험사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메리츠종금 등을 거친 김 부회장은 2015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부터 보험업의 비효율적인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특히 데이터에 기반한 체질 개선으로 향후 1년 내에 과거와 완전히 다른 보험사로 거듭난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청사진이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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