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에서 발달해 허리케인급으로 위력을 키운 열대성 폭풍 ‘배리’가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하면서 이 지역이 14년 전 2,000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냈던 ‘카트리나’ 악몽이 재연될까 몸서리를 치고 있다. 배리는 해안에 상륙한 뒤 위력이 줄기는 했지만 배리가 할퀴고 간 멕시코만 일대의 유전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 일대 원유 생산량의 70%가량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 지역에 강력한 폭풍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유 생산 중단이 계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 배리는 이날 오전 루이지애나에 상륙해 천천히 북상하고 있다. 배리는 한때 최대 풍속이 시속 75마일(120㎞)에 달하며 1등급 허리케인으로 분류됐다가 해안에 상륙한 후 최대 풍속이 시간당 60마일로 줄며 열대성 폭풍으로 위력이 다소 줄어든 상태다. 열대성 폭풍은 풍속이 시속 74마일을 넘어서면 허리케인으로 분류된다.
루이지애나주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최악의 피해를 입은 곳으로, 배리 상륙 소식에 미 남부 일대는 카트리나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만 배리가 상륙한 멕시코만 해안 지역 인트라코스탈시티는 루이지애나 최대 도시 뉴올리언스에서 서쪽으로 165마일 떨어진 곳으로, 14년 전 2,50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뉴올리언스는 배리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력이 약화하기는 했지만 배리의 피해는 이미 속출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해안 지역 도로 곳곳이 침수되고 약 7만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전했다. 루이지애나 북쪽에 위치한 미시시피주에서도 3,000여가구가 단전 피해를 입었다. 뉴올리언스를 관통하는 미시시피강의 수위가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7피트까지 올라가면서 2차 피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리는 앞으로도 상당량의 ‘물폭탄’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돼 주변 지역 주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 말 루이지애나 일대에만 10~20인치(250~500㎜)의 폭우가 예보됐으며 일부 지역에는 강우량이 25인치(630㎜)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에는 주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뉴올리언스 공항은 폐쇄됐다. 엔키리서치사의 재해 담당 척 왓슨은 이번 폭풍으로 총 8억~9억달러(약 9,400억~1조6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폭풍 상륙이 본격화된 12일부터 멕시코만 일대에 집중된 원유 생산시설이 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하며 원유시장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 당국에 따르면 배리로 인해 멕시코만에서는 하루 130만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줄인 상태다. 이는 멕시코만 하루 원유 생산량의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근 지역의 심해 원유 생산의 90%를 담당하고 루이지애나 원유수출항(LOOP)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포천 항구는 현재 강제대피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특히 루이지애나 해안은 걸프만 정제시설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원유 생산에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앞서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02% 오른 배럴당 60.21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배리가 본격적으로 미 남부 지역을 강타하기 이전 가격으로, 시장에서는 배리의 여파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도 급등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