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수입선 다변화 동분서주...中 등서 '불화수도 공급' 제안도

[日 경제보복]

■규제장기화 대비하는 기업들

러시아 등 복수국 잇단 수출 제의

삼성, 제3공급처 확보 시장조사

SK, 일본산 아닌 소재시험 검토

"고순도제품 대체 어려워" 분석도

중국을 비롯한 복수의 국가가 최근 일본이 한국 수출규제 품목으로 발표한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출을 한국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도 대체수입처 확보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최근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 불화수소를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에도 두 개 이상의 국가에서 납품을 제안해왔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증권보 인터넷판도 전날 산둥성에 위치한 빈화그룹이 한국의 일부 반도체 회사로부터 전자제품 제조급 불화수소 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삼성전자가 일본 업체가 아닌 제3의 기업에서 제조한 불화수소의 품질성능시험에 착수했으며 SK하이닉스가 일본산이 아닌 불화수소 사용 시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확보한 제3의 불화수소 공급업체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대만이나 한국 업체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된 뒤 제3의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시장조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SK하이닉스도 일본산이 아닌 불화수소의 사용 시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일본산이 아닌 제3업체의 불화수소를 시험해 기존과 같은 품질의 반도체를 만들기까지는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일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반도체 업계는 대체수입처 확보 여부를 함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본으로부터 불화수소 공급이 막힐 수 있으니 일단은 테스트 정도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급처를 바꾸면 실제 테스트를 해보기 전까지는 제품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빈화그룹의 경우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테스트하는 데만 2개월 이상이 걸린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빈화그룹과의 계약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 간 갈등으로 반도체 소재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면서 중국과 일본 언론들이 자국 업체의 이익을 위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무분별하게 기사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업체들은 다른 국가 제품이 당장 고순도의 일본 제품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일본 업체들뿐 아니라 국내 업체와 대만·중국 업체 등을 통해서도 이미 불화수소를 공급받고 있다. 다만 이번에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고순도 불화수소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품질이 좋은 일본 제품이 사용된다. 현재 국산 제품 테스트와 수입처 다변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수십년간 기술을 축적한 일본 업체와는 상당한 품질격차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기존에 거래하던 일본 업체로부터 물량을 받아오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를 방문하고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도 16일 일본 출장길에 오르는 등 현재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산 불화수소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통관을 거치지 않는 일본 기업의 해외공장을 통한 우회수입도 고려하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우회수출을 경계해 최종 수요업체까지 신경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명시적인 지침을 내리지 않더라도 일본 기업들이 알아서 눈치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김창영기자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