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글로벌 인사이드] 경쟁 시작도 안했는데…가입자 꺾인 넷플릭스

■최강자 넷플릭스, 성장세 '빨간불'

美 가입자 8년만에 감소세로

글로벌 신규회원 증가폭 줄어

2분기 순익 전년比 30% 급감

디즈니 등 올부터 시장 진입

자체제작 콘텐츠 부담 가중

"경쟁사 등장, 제로섬 아니다"

넷플릭스 "산업 커져" 낙관 전망




승승장구하던 글로벌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성장세에 비상등이 켜졌다. 2·4분기 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 수는 8년 만에 첫 감소세로 돌아섰고, 글로벌 신규 회원 증가폭도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넷플릭스는 올 초 구독료 인상의 후폭풍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디즈니·AT&T·애플 등이 인터넷으로 영화 및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에 본격 참전한 여파가 벌써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 올 들어 30% 넘게 뛰었던 넷플릭스 주가는 17일(현지시간) 분기실적 발표 이후 나스닥 시간외거래에서 10% 넘게 폭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블룸버그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이날 발표한 2·4분기 실적에서 글로벌 가입자 수는 270만명 늘어났다. 시장조사 업체인 리피니티브나 넷플릭스 자체 예상치인 500만명 증가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 내 가입자 수가 지난 3개월간 13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넷플릭스는 디지털 중심의 스트리밍 업체로 변신한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벽에 가로막히게 됐다.

미국 내 유료회원 수가 줄어든 데는 올해 초 넷플릭스가 요금을 13~18%가량 인상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도 “가입자 증가가 모든 지역에서 예상을 빗나갔고 구독료를 인상한 지역에서는 더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시장 경쟁이 과열돼 넷플릭스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미국 가입자 6,000만명을 포함해 글로벌 유료회원이 1억5,100만명에 달해 스트리밍 업계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경쟁 심화로 성장 및 순익증가세 둔화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실제 넷플릭스의 2·4분기 매출은 49억2,000만달러로 전년동기(39억1,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에 미달했으며 순익은 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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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거대 콘텐츠·미디어 기업들이 스트리밍 업계에 뛰어들면서 하반기부터 넷플릭스에 대한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3월에 20세기폭스를 인수해 세계 최대 영화사이사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디즈니는 오는 11월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타임워너 인수를 마친 AT&T도 내년부터 자회사인 HBO를 앞세워 스트리밍 사업에 나선다. 여기에 NBC유니버설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애플도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든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려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넷플릭스의 성장에 기여해온 인기 TV시리즈 ’프렌즈’와 ‘더 오피스’ 등이 대거 넷플릭스를 떠나게 되면서 신규 가입자 유치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넷플릭스는 이미 구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규 제작을 늘려 전통 미디어 왕국들과 스트리밍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회사 측은 3·4분기에 ‘기묘한 이야기 시즌3’ 등 인기 드라마 방영에 힘입어 글로벌 가입자 수가 700만명 증가하고, 포화 수준에 달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미국 내 가입자도 장기적으로 9,0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또 규제에 막혀 진출이 여의치 않은 중국 시장과 달리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 저가의 모바일 가입자들을 늘리면 글로벌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경쟁사들이 늘어나는 것이 ‘제로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오히려 스트리밍 시장 규모를 늘리고 인재 유입 등 산업의 성장을 돕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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