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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뒷담화]스타들이 영화감독·화가·작가로 변신한 이유는

배우로서 성공한 하정우·구혜선, 영화감독·화가·작가 타이틀 섭렵

솔비·이혜영·김규종도 화가 변신…차인표·타블로·이적은 소설 출간

진출한 이유는 제각각…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 아픔 치유하기 위해, 원래부터의 꿈 이루기 위해 등

가벼운 취미 아닌 진지한 도전에도 영화 흥행·문단 호평 사례는 드물어

가수 출신 행위예술가 솔비. /권욱기자가수 출신 행위예술가 솔비. /권욱기자



최근 배우나 가수라는 본업 외에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며 ‘이중생활’을 하는 연예인들이 늘었다. 자신의 모습을 더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전부터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등 각자의 이유는 다르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단순히 유명세를 더 얻거나 그럴싸하게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벼운 취미생활이 아니라 넘쳐나는 자신의 예술적 기질을 발휘하기 위해 진지하게 활동 중인 스타들도 많다.

하정우, 구혜선은 배우·영화감독·화가·작가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배우로 쌓은 입지를 바탕으로 장편영화 연출에 나서는 경우가 가장 많다. 올해 차인표, 김윤석이 연출자로 영화를 선보였고 정진영, 정우성 등도 장편을 준비 중이다. 미술 작가로 변신해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테이너’들도 있다. 솔비는 예명이 아닌 권지안이라는 본명으로 작가활동을 하고 있다. 가수 이혜영, 그룹 SS501 멤버 김규종 등도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로 변신해 소설에 도전한 이들로는 차인표, 타블로, 이적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이 모두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스타들의 흥행 성적은 기대보다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또 미술작품 중 작품성을 높게 인정받거나 소설집이 문단의 호평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스타들의 변신과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어느 순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작품이 탄생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화가·영화감독·작가 등 변신 선언한 스타들=연예인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인 연기·노래에서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계기는 각자 다르다. 하정우는 에세이 ‘하정우, 느낌있다’에서 그림과 연기를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얼굴’이라 말했다. 그림 작업과 영화 연출, 연기가 모두 같은 맥락이며, 자신에게 각기 다른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구혜선은 “그림·소설·영화 다 작가적인 요소로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쓴 글, 그린 그림, 연출 등 생각을 꺼내는 일 자체를 좋아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얼짱 출신 배우로 이름을 알린 구혜선은 장편영화 ‘요술’ ‘복숭아나무’를 연출했고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어 화가라는 이력도 추가했다.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로도 지평을 넓혀 2009년 첫 소설 ‘탱고’에 이어 최근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을 들고 돌아왔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연예인들은 끼가 많은 만큼 가수나 배우와 같은 본인의 직업 외에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거 같다”며 “끼를 어떻게 하면 확장해서 펼칠 수 있을까, 하는 무의식의 체계가 있는 것 같다”고 봤다.

권지안이라는 본명으로 미술 작품 활동을 하는 솔비는 미술이 그를 위로하는 도구가 된 경우다. 그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힘들어서 피아노·드럼·향초·꽃꽂이를 배우고 혼자 등산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심리치료사가 미술이 잘 맞을 것 같다고 권하면서 미술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룹 타이푼으로 인기를 끌던 솔비는 가짜 음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뒤늦게 가짜 동영상이라는 게 밝혀졌지만 상처는 쉽게 낫지 않았고, 미술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솔비 외에도 미술 작품을 직접 선보이며 작가로 변신한 이로는 2015년 첫 개인전을 열고 활동 중인 가수 이혜영, 2019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 그룹 SS501 멤버 김규종 등이 있다.


배우들의 영화감독 선언은 다른 분야에 비해 더 많은 편이다. 배우로서 쌓은 경력이 연출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연기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연출을 통해 채우기도 한다. 데뷔 후 25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청춘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정우성은 올해 크랭크 인을 목표로 ‘사극 액션’을 표방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그는 십수 년 전부터 뮤직비디오와 단편 영화를 꾸준히 연출하며 장편 데뷔의 꿈을 키워왔다. ‘왕의 남자’의 주연 배우이자 TV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약하기도 한 정진영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영화 ‘클로즈 투 유’를 들고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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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동시 등을 선보이고 문학 작가로 변신한 스타들도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한 연예인들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차인표, 타블로, 이적 등은 소설을 펴낸 게 다른 점이다. 김창완의 경우 최근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을 출간했다.

◇도전은 좋았지만…성적은 별개= 이 같은 연예인들의 다양한 시도가 모두 좋은 성적표를 거둔 것은 아니다. 성공의 기준은 주관적일 수 있다. 다만 영화는 관객 수라는 흥행성적, 소설이나 미술작품의 경우 문단이나 미술계의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크게 눈에 띄는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충무로에서 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 만족스러운 흥행 성적을 거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추격자’ ‘황해’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김윤석은 지난 4월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미성년’을 내놓았으나 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충무로 대세 배우인 하정우가 직접 만든 ‘롤러코스터’와 ‘허삼관’ 역시 별다른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빠르게 잊혔다. 1980~1990년대를 주름 잡았던 박중훈이 연예계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댄 ‘톱스타’의 관객 역시 17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배우 출신 감독의 ‘흑역사’에 대해 정지욱 평론가는 “연기자들이 영역을 확장해 연출에 나서는 도전 자체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면서도 “배우로서 쌓은 인지도만 믿고 섣불리 영화를 찍는 대신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과 화면을 구성하는 감각을 갖춘 다음 메가폰을 잡는다면 성공 사례가 더욱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들이 선보인 문학 작품들은 영화와는 반대로 판매량이 낮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단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많지 않다. 미술계에서도 비슷하다. 하정우의 미술 작품은 최고가 1,8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고가에 작품이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평생을 걸쳐 작품활동에 매진한 작가들보다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연예인이라는 브랜드를 떼어냈을 때 비로소 예술가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 ‘나는 공인’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있는 한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기 힘들 수 있다”고 평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미술 작품을 하는 스타들에 대해 “처음에는 화제가 돼 일반 화가보다 프리미엄을 얻어 작품도 팔리고 미디어에 노출되지만,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힘든 면이 있고 미디어에 노출된 것에 비해 가치가 적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명세 때문에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는 것은 나중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앞으로 연예인들의 더 많은 도전이 이어질 수 있고, 성공 가능성도 열려있다. 미국 할리우드의 배우 겸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용서받지 못한 자’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을,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최우수작품상·감독상을 받으며 영화감독으로 크게 성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우가 감독을 한다고 하면 ‘연기나 제대로 해라’ ‘겉멋 들었다’ 같은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두 영역에서 둘 다 성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하지만 분명 두 분야에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김 평론가는 “단순히 유명세에 의존하는 방식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은 시간이 증명할 것”이라며 “정말 해당 분야를 사랑한다면 감독이나 화가를 넘어 지원에 나서거나 제작사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진·나윤석 기자 stari@sedaily.com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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