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뭉쳐도 모자랄 판에 국론분열 부채질이라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8일 저녁 본인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다”라고 썼다. 이 글에는 ‘일본도 보고 있는데…최선을 다해 대통령을 도와야 할 때’라는 제목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제주 상의포럼 간담회 기사가 링크돼 있다.


조 수석의 글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와 외교적 해결에 힘을 모으자는 공동발표를 내놓은 직후에 올라왔다. 글을 올린 시기와 링크된 기사로 볼 때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보이면 이적행위로 규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적이란 말 그대로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다. 비록 수출규제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는 있지만 안보협력국인 일본을 적으로 규정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이적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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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수석의 글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그의 글은 국론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엄중한 시기에 불필요한 국론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민정수석이라는 사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국민을 둘로 가르려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그가 SNS 글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을 공격하는가 하면 드라마에 사용된 ‘죽창가’를 언급하며 반일감정을 부추겨 구설에 올랐다.

조 수석은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 동안 20여개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이적’ 발언 논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조 수석은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최측근 참모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그의 언행은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 국론분열을 부채질하는 것은 애국이 아니다. 조 수석은 부적절한 페이스북 정치를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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