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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 마크롱과 노란조끼 시위

ON MACRON VS. THE GILETS JAUNES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프랑스의 폭력시위는 정녕 불가피했을까? By Lindsey Tramuta

사진=셔터스톡사진=셔터스톡



노란 조끼(Gilets Jaunes) 운동에서 표출된 분노와 폭력적인 시위가 몇 달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국민 여론을 무시한 에마뉘엘 마크롱 Emmanuel Macron 대통령의 통치 방식과 광범위한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대 여론에 놀라는 프랑스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크롱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기대 속에서 대선 승리를 하며 ’프랑스의 오바마‘가 될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18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현대판 루이 16세‘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기업 우대 조치를 취했고, ’소외된‘ 중산층의 어려움을 진취성의 부족으로 치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스타트업의 떠오르는 중심’ 파리로 기업들을 유치하고, 특히 환경에 대한 진보적 가치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그는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관심을 받았다. 포퓰리스트 정치인 트럼프, 푸틴, 그리고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 Erdogan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정치적 입장은 국내에선 시민들의 삶에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판가들이 “엘리트주의”라 부르는 마크롱의 태도와 대놓고 노동자 계급을 무시하는 그의 발언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만 갔다. 공감 능력이 부재한 중도파 지도자, 부자들에게만 호의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지지율이 급락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유류세 인상은 마지막 치명타였다(나중에 그는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인상조치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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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마크롱이 높은 실업률로 이미 방향타를 잃은 프랑스 호를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았고, 시위대의 절망도 이미 40년이나 된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중대한 실수는 있었다. 급격히 확산하는 분노의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당파를 초월한 시위대가 전례 없이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설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이제 마크롱이 직면한 단기 과제는 그의 전임자처럼 국내적 국제적 압박에 못 이겨 요구를 수용하는 리더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아울러 지속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관료제를 극복하는 것만으론 되지 않는다. 마크롱은 ’정치적 중도파‘로서 국민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지난 대선 때처럼, 낙관주의와 진취적인 이념을 되살려야 한다. 되돌리기엔 늦은 감이 있지만 말이다.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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