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US]궁지에 몰린 화이트칼라

HOT UNDER THE WHITE COLLAR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검사들이 기업 리더들의 죄를 묻는 추세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상황이 변한 것일까? By Adam Lashinsky


지난해 12월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 멍 완저우Meng Wanzhou가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글로벌 기술 기업의 고위 임원이자 창업주의 딸이 혐의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일반 범죄자처럼 전격 체포됐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미국의 대이란 제재법을 위반한 혐의로 알려져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멍 완저우가 최근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화이트칼라 범죄로 감금된 유명 경영인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미국이 송환 요청을 한 그녀는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2주 전에는, 브라질 태생의 자동차업계 거물 카를로스 곤 CarlosGhosn이 도쿄 공항에서 체포됐다. 자신의 보수를 축소 신고하고 탈세를 저질렀다는 혐의였다. 멍 완저우가 체포되고 며칠 후엔 인터넷 거인 알리바바의 음악 스트리밍 업체(요쿠 투도우)를 이끌던 고위 임원 양 웨이동 Yang Weidong 또한 경찰에 체포됐다. 알리바바가 자사 주식이 거래되는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그는 ’부적절한 돈을 수뢰한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포춘US] 양 웨이동 알리바바 유쿠 사장[사진=포춘US] 양 웨이동 알리바바 유쿠 사장



혐의가 제 각각이듯, 이 거물들이 조사를 받는 사법 관할지역도 다양하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갑자기 이전보다 범죄 기소에서 안전하지 않아졌다는 느낌은 비슷하다(감금만 안 됐다면, 이들은 지금 전세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며 경영활동에 한창일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마침내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기소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최소한 이론상으로, 미국은 더 많은 기업인을 처벌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인 범죄 처벌에 집중하는 것이 공식적인 정책 목표이기도 하다. 2015년 당시 법무부 차관이던 샐리 예이츠 Sally Yates는 ’기업 범죄에 대한 개인의 책임‘에 대해 7페이지짜리 문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는 형사 및 민사 법조계에서 ’예이츠 메모‘로 널리 알려져 있다(그는 2017년 더 큰 유명세를 탔다. 법무부 장관대행을 잠시 역임하는 동안, 법무부가 주요 이슬람 국가의 입국 제한에 관한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시행하지 말라고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그녀는 즉시 해고됐다). 미국민들은 2008~2009년 금융위기 후 체포된 은행 중역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예이츠는 이에 대한 대응 지침에서 “대기업의 범죄 의도를 규정하는 것이 힘들 수 있다. 특히 불법행위가 일어나는 일상적 활동에서 보호받는 고위 임원들의 경우는 더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녀는 “책임소재를 찾기만 하면 적절한 범죄 억제책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포춘US] 올리버 슈미트 폭스바겐 제너럴 매니저[사진=포춘US] 올리버 슈미트 폭스바겐 제너럴 매니저


이 예이츠 메모는 법조계의 관심을 끌었다. 변호사 바버라 리니 Barbara Linney는 예이츠 메모에 대해 “아주 유명한 성명서다. ‘개인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법무부 견해의 토대를 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워싱턴D.C. 소재 기업 밀러 & 슈발리에 Miller & Chevalier와 함께 수출통제 준수 및 경제 제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제재법을 위반한 개인들을 조사하고 있다.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 체포가 미-중 무역 전쟁의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그것이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리니는 “글로벌 기업의 고위 임원이 구금된다면, 항상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개인이 불법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이미 여러 번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2017년 터키 국영은행 할크뱅크 Halkbank의 한 은행원은 뉴욕 연방법원에서 거의 3년에 가까운 징역형을 받았다. 이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본인의 직위를 이용한 혐의였다.

그러나 새 정책 방향이 미국의 기업 임원들을 기소하는 데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브랜던 개릿 Brandon Garrett은 “사람들은 예이츠 메모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사례를 별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듀크대학교의 법학 교수이자 2014년에 출간된 책 ‘대마불형(代馬不刑): 검찰과 기업은 어떻게 타협하나?’의 저자이다.

곤의 체포가 국제면 헤드라인을 장식한 일본에선 CEO의 기소가 미국보다 훨씬 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임원은 엔론 Enron의 제프리 스킬링 Jeffrey Skilling, 드렉설 버넘 램버트Drexel Burnham Lambert의 마이클 밀컨Michael Milken, 월드컴 WorldCom의 버나드 에버스Bernard Ebbers 정도 뿐이었다. 캘리보니아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글로벌 정책 전략 대학원의 일본전문 경영학 교수 울라이크 셰데 Ulrike Schaede는 “사실상, 화이트칼라 범죄로 기소되지 않은 임원들의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더 쉬운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포춘US] 멍 완저우 화웨이 CFO[사진=포춘US] 멍 완저우 화웨이 CFO


일본에선 임원들이 스캔들 때문에 사퇴해도 처벌 받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12억 달러 규모의 도시바 회계 부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징역을 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017년 스루가 은행 Suruga Bank 일부 지점이 원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계좌 개설을 강요한 스캔들이 터졌을 때에도 기소된 임원은 없었다(웰스 파고에서 발생한 유령계좌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아마 예상했겠지만, 웰스 파고에서도 징역형을 받은 임원은 없었다). 2011년에도 카메라 제조업체 올림푸스에 새로 부임한 영국인 CEO가 대규모 비리를 내부 고발했지만, CEO는 해임됐고 전임자는 비리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셰데는 곤과 올림푸스 스캔들에 대해 “일본이 앞으로 외국인 인재를 임원으로 영입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외국인, 말 그대로 외부인인 ’가이진 gaijin‘을 일본 밖으로 쫓아낼 것이라는 나쁜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관련기사



중국은 분명 특수한 케이스다. 회사 경영진은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수사망에 걸려 실종되기 일쑤다. 알리바바가 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양 웨이동은 당국과의 협조 하에 구금되기 1주 전 이미 보직에서 해임됐다. 그 외에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범죄자에 대한 유죄 판결이 증가하진 않더라도, 이는 최소한 검찰 및 정책입안 당국이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개릿은 “기업 범죄의 올바른 접근 방식에 대해 국제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캐나다와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에서 입법 활동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개릿의 저서 ‘대마불형(代馬不刑·Too Big to Jail)’이 번역 출간된 대만과 스페인, 그리고 브라질에서도 기업 범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CEO는 여전히 희귀종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블랙스완만큼 드문 일은 아닐 것이다.

[사진=포춘US]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사진=포춘US]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


▲더 이상 ‘대마불형(代馬不刑·Too Big to Jail)’은 통하지 않는 걸까?

추세라고 말하기엔 시기상조지만, 중죄를 저지르고도 고위 경영진이라는 이유로 안전을 보장받던 시대는 끝난 듯하다. 최근 기업 임원들이 화이트칼라 범죄로 체포된 사례들을 보면, 미국을 포함한 각국 검찰의 기업 범죄 책임 추궁 의지가 한층 강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 웨이동Yang Weidong(알리바바 유쿠 사장): 알리바바의 음악 스트리밍 업체 유쿠의 전 사장이자 한때 노키아 임원을 지낸 양 웨이동은 ‘부적절한 돈을 수뢰’한 혐의로 중국에서 체포됐다. 현재 그의 상황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올리버 슈미트 Oliver Schmidt(폭스바겐 제너럴 매니저): 폭스바겐 미시간 지사에서 근무했던 이 독일인 임원은 2017년 회사의 배기가스 검출 기록 조작 과정에서 대기청정법(Clean Air Act)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7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멍 완저우Meng Wanzhou(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이 화웨이 임원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이 사건은 미중 무역 전쟁과도 연결되어 있다. 보석으로 풀려난 그녀는 현재 미국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카를로스 곤Carlos Ghosn(닛산 회장): 일본 당국은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로 곤을 기소했다. 그는 현재 수감 중이다. 일부는 곤이 기업 탐욕의 상징이라 비난하고 있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닛산을 구한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

안재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