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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오스카상' 공장을 꿈꾸는 넷플릭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그 결과 마침내 영화 ’로마 Roma‘가 아카데미 최고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By Stacey WilsonHunt


타마라 젠킨스 Tamara Jenkins 감독의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Private Life‘는 201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됐다. 당시 그녀는 “지난 27년 간의 영화 제작 과정에서 하지 못했던 경험을 처음으로 해봤다”고 말했다.

젠킨스는 “누군가 내 뒤에서 영화를 보며 웃고 즐기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그녀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뉴욕에 사는 난임 커플의 고충을 그렸다. “뒤돌아 보니 테드 사란도스 Ted Sarandos가 있었다. 테드는 마치 영화 팬 같은 반응을 보였다. 영화를 보며 그처럼 본능적인 리액션을 보이는 경영인은 흔하지 않다.”

[사진=포춘US] 오스카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사진)의 최근 작품 ’로마‘는 넷플릭스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최고 작품상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사진=포춘US] 오스카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사진)의 최근 작품 ’로마‘는 넷플릭스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최고 작품상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프라이빗 라이프’의 매력에 푹 빠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사란도스는 이 영화를 오스카 상 수상을 밀고 있는 자사의 스트리밍 대작 리스트에 추가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설립 20년 만에 처음으로 수상 희망 작들을 스트리밍 서비스에 앞서 극장에서 대거 개봉하고 있다. ‘프라이빗 라이프’, 폴 그린그래스 Paul Greengrass 감독의 ‘7월 22일(22 July)’, 앤디 세르키스 Andy Serkis 감독의 ‘정글북(Mowgli)’, 코엔 형제 the Coen Brothers의 ‘카우보이의 노래(TheBallad of Buster Scruggs)’, 샌드라 불럭 Sandra Bullock 주연의 ‘버드 박스 Bird Box’,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스페인어 영화 ‘로마’가 그 영화들이다. 오스카상 수상이 가장 유력한 쿠아론의 작품은 1억 3,000만 명 이상의 넷플릭스 구독자들이 스트리밍으로 시청을 할 수 있었던 12월 14일에 앞서 20개국에서 개봉 상영됐다.

사란도스는 여러 편의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잇따라 극장에 먼저 선보이며, 그 동안 고수해 온 원칙을 스스로 깨뜨렸다. 한 내부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그 동안 신작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먼저 공개해왔다. 그래서 넷플릭스 제작 영화를 영화광들에게 선보이길 원하는 극장주들이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변화와 함께 경쟁 스트리밍 업체들도 영화제 수상을 노린 작품들을 복합상영관에서 개봉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아마존은 ’맨체스터 바이 더 시 Manchester by the Sea‘를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 3개월 전 극장에서 선 개봉한 바 있다. 이 작품은 2017년 아카데미 최고 작품상과 최고 감독상 후보에 올랐고,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업계 전문지 인디와이어 IndieWire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베테랑 영화기자 앤 톰슨 Ann Thompson은 “넷플릭스는 현재 브랜드 제고를 위해 오스카상 수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넷플릭스의 오스카상 수상 노력은 작년 여름 더욱 구체화 됐다. 당시 사란도스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오스카상 전략가 리사 타백 Lisa Taback(’라라랜드 La La Land‘와 문 라이트 ’Moonlight‘의 수상을 이끌어냈다)을 영입했다”고 덧붙였다. 사업 관계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다른 할리우드 관계자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오스카상 수상을 위해 쏟아 붓고 있는 예산은 연간 2,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톰슨은 “테드가 TV시리즈를 제작할 때 보였던 열정을 영화에 기울이고 있다. 할리우드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가 넷플릭스를 두려워하는 것이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든, 이 기업의 수상 노력에 대한 포춘의 질문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힌 할리우드 경영진과 캠페인 전략가, 에이전트, 아카데미 투표인단, 제작자들은 극소수였다(한 컨설턴트는 “아무도 솔직한 의중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사란도스와 타백 역시 이번 기사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대변인은 오스카 시즌 중 상세한 개봉 전략을 확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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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아카데미 상 행운은 부침을 거듭해왔다. 2015년에는 ’국적 없는 짐승들(Beasts of No Nation)‘로 최고 작품상을 노렸지만, 투표인단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을 받았다. 이어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무슨 일이죠, 미스 시몬?(What happened, Miss Simone?)‘과 에이바 듀버네이 Ava DuVernay 감독의 ’수정헌법 제13조(13th)‘로 2년 연속 베스트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랐다. 작년 1월에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치욕의 대지(Mudbound)‘가 주요 4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최고 작품상 후보 진입에는 실패했다.

[사진=포춘US] 영화 ’로마‘ 속 얄리차 아파리시오의 모습.[사진=포춘US] 영화 ’로마‘ 속 얄리차 아파리시오의 모습.


올해 사란도스는 영화 ‘로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는1970년대 멕시코 시티 내 로마 지역에서 자란 쿠아란 감독이 자신의 유모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로마’는 최고 작품상에 도전했던 영화 중 가장 큰 도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선 이 영화에는 무명 배우들이 출연한다(주인공 얄리차 아파리시오 Yalitza Aparicio는 멕시코 오악사카 Oaxaca 주 출신의 유치원 교사다). 흑백 화면 속 배우들은 스페인어와 토착어를 사용한다. 한 아카데미상 관계자는 “로마는 촬영기법과 음향 디자인처럼 영화와 직접 연관이 있는(below the line) 오스카 카테고리에서 투표 인단에 어필하는 길을 과감히 선택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아카데미의 최대 투표 인단(배우들)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쿠아란은 65mm 와이드 필름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관객들이 ‘로마’를 어벤저스 같은 오락 영화보단 예술영화로 느끼게 했다.

한 임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여러 곳의 극장을 빌려 로마를 동시 개봉해 박스 오피스 성적을 만회하는 방식을 시도할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영화제 광고의 ’큰 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영화제 베테랑 전략가이자 리카타 컴퍼니의 최고경영자 리치 리카타 Rich Licata는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TV 프로나 제작하는 주제에 오스카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백안시하던 아카데미 관계자들의 엘리트주의적 관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 동안에는 투표 인단이 나이가 너무 들어 넷플릭스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분위기가 한층 긍정적이다. 영화제 산업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바로 이 일을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하고 있다. 두 기업이 인재를 끌어 모으고, 이 인재들이 할리우드를 이끌어가고 있“고 덧붙였다.

‘프라이빗 라이프’는 작년 가을 고담 인디 영화상(the Gotham Independent FilmAwards) -수상작들이 종종 오스카상으로 이어진다-에서 최고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젠킨스 감독은 자신의 작품처럼 캐릭터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넷플릭스 작품들이 미국과 영국, 캐나다의 대형 극장에서 상영되는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되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녀는 ”‘잘해야 한 두 개 극장에서 상영되겠지’라고 생각했다. 21개 상영관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이제 제대로 영화를 개봉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넷플릭스는 극장과 스트리밍 사이트라는 전혀 다른 두 세상에서 최고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카 상 유력주자들: 최고 작품상 후보 세 편

-로마 ROMA: ’그래비티 Gravity‘를 연출한 감독이 멕시코 시티에서 고단한 삶을 산 1970년대 한 가정의 1년을 그리고 있다.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배우 겸 감독 브래들리 쿠퍼와 가수 레이디 가가가 주연한 영화로, 1937년 첫 개봉 이후 네 번째 리메이크작이다.

-그린 북 GREEN BOOK: 아프리카계 미국인 피아니스트(마허샬라 알리 분)의 1962년 남부 투어를 다룬 피터 패럴리 감독의 작품.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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