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디자인 특화하라는데...'스카이브리지' 또 규제

강남 재건축 최대어 '신반포4'

서울시 "적정성 검토" 지적에

스카이브리지 설치안 결국 수정

조합 차별화된 설계 원하지만

예산·규제 등에 번번이 제동




일명 하늘 위 구름다리로 불리는 ‘스카이브리지’ 설계안이 서울시로부터 번번이 발목 잡히고 있다. 스카이브리지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이 디자인 특화를 통한 고급·차별화 전략을 위해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시설물이다. 서울시가 명확한 근거 없이 시설물을 축소하거나 위치를 변경하도록 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한신 8·9·10·11·17차 아파트,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빌라 등 7개 아파트와 상가 2곳을 묶어 재건축하는 신반포 4지구 조합은 당초 계획했던 스카이브리지 설계안의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변에 접한 2개 동의 최상층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이 경우 경부고속도로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설계안 재검토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경부고속도로나 출입구 쪽 최상층에 스카이브리지를 설치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의견”이라면서 “곧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하니, 나오는 걸 봐야겠지만 아파트 단지 내부에 스카이브리지를 설치하거나 최상층이 아닌 중간 정도에 스카이브리지를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반포 4지구는 공사비만 1조원에 달하는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힌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최고 35층, 3,685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으로 지난해 12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상태다. 당초 랜드마크 차원에서 두 개 동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를 짓고 이 안에 도시 야경과 한강을 보면서 수영을 할 수 있는 인피니티 풀과 호텔급 스카이라운지 등 입주민을 위한 시설을 넣고자 했으나 이 같은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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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브리지는 보통 한강 변이나 지역 내 손꼽히는 입지에 들어선다. 아파트 최고층을 연결해 뛰어난 조망을 누릴 수 있는 데다 주변 건물을 압도하는 외관을 갖춰 지역 대표 단지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한강로2가 ‘래미안용산더센트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이 스카이브리지를 적용했다.

서울시는 도심 경관과 주변 아파트와의 조화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스카이브리지 설치를 규제하고 있다. 실제 최근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도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스카이브리지를 축소 또는 삭제할 것을 권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일정한 기준 없이 스카이브리지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할 경우 건설사가 높은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과도한 특화설계를 할 수 없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하면서 스카이브리지를 검토 중인 다른 사업장들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스카이브리지나 옥상 수영장 등 특화설계를 포암한 대안설계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시가 앞으로는 정비사업비의 10% 범위 이내에서 경미한 변경만 할 수 있도록 규제에 나선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은 다른 단지와 차별화된 설계를 요구하지만 예산 또는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설계가 스카이브리지인데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정책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스카이브리지와 관련된 기준 만들기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디자인이 우수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스카이브리지를 빌미로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면서 “2~3개월 뒤 나오는 용역 결과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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