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이래도 문재인케어 속도조절 안할건가

우리나라 국민이 병원을 찾는 횟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의사의 외래진료를 받는 횟수는 한국이 연간 16.6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를 훨씬 웃돌았다.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 일수도 18.5일로 1위를 차지해 한국이 과잉진료에 시달린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환자들이 병원에 몰리는 것은 고령화 추세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라 병원 문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자기공명영상장치(MRI)·초음파검사·상급병실까지 줄줄이 포함되자 병원에 가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대학병원 의사들이 감기 환자 좀 안 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할 지경이다. 정부는 의료 선진국에 올라섰다며 자랑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환자가 몰리는데도 정작 치료할 의사나 간호사가 태부족이다 보니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오죽하면 의사가 아니라 고가 의료장비가 치료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무리한 건보정책이 의료 쇼핑의 폐해와 함께 대학병원의 쏠림현상, 지역 의료 시스템 붕괴를 초래해 의료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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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막대한 재정부담이다. 복지부는 올해 건보재정의 적자규모가 3조원을 웃도는 데 이어 2023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3,600만명의 국민이 혜택을 받았다며 ‘계획된 적자’라고 둘러대고 있다. 하지만 결국 국민 쌈짓돈을 털어 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얼마 전 내년 건보료율을 올리려다 가입자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절된 것은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무조건 보장성 강화를 앞세우기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급증과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문재인케어의 속도 조절을 통해 미래세대까지 안심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보제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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