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재무상태만 따지는 기술평가로 효과 있겠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광주에서는 요즘 인공지능(AI) 서비스로봇 ‘퓨로’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국어로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음성으로 행사 일정 등을 물어보는 내·외국인을 상대로 대회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원래 AI 서비스로봇으로는 일본의 ‘페퍼’가 유명한데 퓨로 시리즈는 페퍼 수준을 훨씬 넘어 세계 서비스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로봇을 개발한 이병호 퓨처로봇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로봇산업 육성을 약속한 것과 달리 실제 기업이 맞닥뜨린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그는 “기술 개발을 위해 기술보증기금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지만 내부 규정 운운하며 재무상태와 신용도만 따지더라”고 개탄했다. 로봇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비는 많이 들지만 시장을 뚫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 재무상태가 좋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 기술가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게 이 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대표는 가정용 돌보미 로봇인 ‘효로’를 개발해 독거노인 가정에 보급하는 사업도 정작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움직이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로봇산업 글로벌 4대 강국을 목표로 세우고 세계적인 스타 기업 20개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로봇의 기능과 활용도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융합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이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우리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소리 높여 외쳐도 실제 지원을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 등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복지부동하는 한 로봇산업 육성이 가능하겠는가. 퓨처로봇은 그나마 버텼지만 그동안 수많은 국내 로봇기업들이 고사한 데는 도와줄 수 없는 이유만 늘어놓는 공무원들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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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같은 신산업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시장을 창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금을 들여야 한다. 이런 산업을 키우려면 이제라도 기술가치를 평가해 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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