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영국판 트럼프’ 총리에...노딜 브렉시트 공포 확산

■보리스 존슨 英 총리 내정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앞장 선 강경파

헌트 누르고 당 대표 경선 승리

24일 메이 물러나면 총리직 승계

보수당 친EU 각료 사퇴 이어져

야권, 존슨에 맞서 '소송전' 예고

영국 보수당 신임 대표로 선출돼 총리에 오르게 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런던 보수당 본부에 도착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영국 보수당 신임 대표로 선출돼 총리에 오르게 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런던 보수당 본부에 도착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오른쪽) 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보수당 대표 경선 승리를 확정 지은 뒤 최종 경쟁자였던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으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보리스 존슨(오른쪽) 전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보수당 대표 경선 승리를 확정 지은 뒤 최종 경쟁자였던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으로부터 축하 박수를 받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지지부진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에 반발해 내각을 떠났던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1년 만에 총리가 돼 다우닝가를 접수하게 됐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호(號)가 본격 출범하면서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공포가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23일(현지시간) 당 대표 경선 투표 결과 존슨 전 장관이 9만2,153표를 얻어 4만6,656표에 그친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을 누르고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자동으로 총리직에 오르기 때문에 존슨 신임 대표는 24일 메이 총리가 물러나면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존슨 내정자는 경선 승리 직후 연설에서 “브렉시트를 완수하고 국가를 통합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보리스 존슨이 새 영국 총리가 된 것을 축하한다. 그는 아주 잘해낼 것”이라며 축하를 전했다.

지난 196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존슨 내정자는 영국 최고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 밸리올 칼리지를 졸업하며 영국 ‘엘리트’ 코스의 정석을 밟은 인물이다. 1987년 영국 더타임스에 입사해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했던 그는 2001년 보수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런던 시장을,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외무장관을 역임했다.


존슨 내정자는 지난해 7월 메이 정부의 온건 브렉시트 정책인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에 반발해 외무장관직에서 사임한 뒤 틈틈이 총리 자리를 노렸다. 메이 정부가 EU와 수차례 논의 끝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들고 올 때마다 보수당 강경파의 중심에서 이를 부결시켜 끝내 메이 총리를 사임으로 내몬 이가 바로 존슨 내정자다.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든 그는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일찌감치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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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차별 및 이민자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아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존슨 내정자는 강경한 브렉시트 정책을 예고하며 지지기반을 굳혔다. 오는 10월31일 브렉시트 시한까지 EU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는 이를 위해 의회가 노딜 브렉시트를 막지 못하도록 10월 중 1~2주가량 정회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 계획을 공약으로 내놓은 점도 트럼프 대통령을 닮았다. 존슨 내정자는 소득세율 40% 적용 기준을 연간 5만파운드에서 8만파운드(1억1,737만원)로 높여 부유층의 납세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좌충우돌 정치인인 존슨을 새 총리로 맞게 된 영국 정치권에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중도우파 자유민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조 스윈슨 등 의회 의원 7명은 존슨 내정자가 총리 취임 이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정회를 막기 위한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내 영국 정부 법률대리인에게 7일 이내에 소송이 제기될 것이라고 통보한 상태다. 브렉시트 반대와 제2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제4당인 자유민주당의 첫 여성 수장이 된 스윈슨 대표는 “자유민주당은 영국을 EU에서 탈락시키려는 보수당 총리를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수당 핵심각료들의 내각 줄사퇴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마고 제임스 전 문화부 부장관이 사임한 데 이어 22일에는 앨런 덩컨 외무부 부장관도 메이 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도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사임하기 전 자신도 각료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회가 분열된 상황에서 존슨 내정자가 국정운영 추진력을 얻기 위해 2022년 예정된 총선을 앞당기는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존슨 내정자는 앞서 이러한 시나리오를 일축했지만 일간 더타임스는 최근 그의 경선 캠프 측에서 내년 여름 조기총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수당 선거자금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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