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도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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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2415A38 시로여는수욜



거울을 보는 듯하오. 고쳐 쓴 ‘아내’ 들어보시겠소? ‘엄마도 아니고 누나도 아닌, 엄마와 누나 사이의 촌수쯤 되는 여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도 제일 먼 여자!’ 괘씸하기도 했다가 뜨끔하기도 했다오.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여자,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여자’, 마지막 행을 고쳐 쓰오. ‘평화를 가장 많이 가르쳐 준 여자!’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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