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단독]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 시작

美 당국 승인 받고 골드만삭스 통해 4만주 사들여

지분율 4.3%서 공언한대로 10%까지 점차 늘릴 듯

장기투자 목적 속 KCGI와 손잡을 가능성 배제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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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델타항공이 공언한 대로 한진칼(180640)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나선 것이 아니라 장기 투자 관점에서 한진칼 투자를 단행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도 한진칼을 추가로 사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 2라운드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고 이날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돌입했다. 외국계 증권의 한 관계자는 “델타가 추가 매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깜짝 발표’했고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는데 한 달여 만에 후속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델타항공이 이번 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율을 5% 이상으로 높인다면 국내 금융당국과 거래소에도 공시해야 한다.

델타항공은 이날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한진칼 주식 4만여주를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분율로 따지면 0.07%에 해당한다. 앞서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10만1,369주, JP모건 4만6,710주, UBS 2만3,884주, 골드만삭스 9,423주 등 외국계 증권사의 순매수가 몰렸다. 장중 골드만삭스가 매입에 나서면서 한진칼 주가는 3만500원까지 뛰었고, 한진칼 우선주는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거래량도 평소보다 4배 가량 많은 130만여주에 달했다.


지난달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4.3% 보유했고 지분율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델타항공이 정말 실행에 옮길지 미지수라는 지적이었다. 국내 증권사들도 ‘델타가 매수 시점을 못 박지 않은 만큼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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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9일 델타항공이 KCGI에 회신한 답변자료를 통해 “한진칼 투자는 사업상 파트너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심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기업의 미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장기 투자자로 한진칼에 투자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델타항공의 한진칼 ‘베팅’ 이유가 장기투자라는 해석이 점차 힘을 얻었다. 국내 증권가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취득에도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델타항공이 자사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고 볼 때 캐스팅보트로서의 위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델타항공이 때에 따라 KCGI 측과 접촉하는 등 한진 측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이 수익성이 높은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등을 고려해 한진그룹을 지지한 것은 맞지만 한진그룹에 사업상 요구를 해야 할 경우 ‘파트너의 적’인 KCGI와 일시적으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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