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뒤바뀐 반도체전망...반짝 상승인가 추세적 전환인가

<낙관론>

해외 장비업체 실적 호조

日 수출규제로 재고 소진

하반기 업황 회복 기대감

<신중론>

D램값 단기 급등한 이유는

불안감 따른 사재기 수요 탓

추세적 상승판단 아직 일러




최근 증권 업계를 중심으로 하나둘 나오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 해외 반도체 기업의 실적 호조, 메모리 현물가격의 상승, 외국인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매수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특히 D램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두세 달 수준의 재고도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를 계기로 털어낼 수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받는 양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 안팎의 시그널이 상반기와는 달라지고 있음에도 이런 분위기가 추세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반도체 업체들이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 회복 전망에 방점을 찍고 있고, 현물 시장에서도 분명 이전과는 다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섹터에 대해 우호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스마트폰·서버 등에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보이지 않는데다 일본 변수도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업체 실적 호조 등이 긍정론 지펴=장비 업체의 실적은 메모리 업황의 선행지표 성격이 있다. 장비 발주가 많아진다는 얘기는 메모리 업체가 업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들 장비 업체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만 해도 최근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램 리서치’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장비 업체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다. 얼마 전에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네덜란드의 ASML,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가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이런 요인들이 통상 메모리 성수기인 3·4분기를 맞아 업황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의 현물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DDR4 8Gb의 경우 지난 한 주간 14.6% 올랐다. 저점 대비로는 24.1%나 뛴 것이다. 기업 간 거래가격인 고정거래가격이 아닌 현물가격이어서 가격 상승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고정거래가격이 시차를 두고 현물가격을 따라간다는 점을 떠올리면 호재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투자자 동향도 긍정론을 확산시켰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들이 지난달 25일부터 줄곧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보력이 앞선 외국인들이 뭔가 냄새를 맡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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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요인들도 꼼꼼히 따져보면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장비 업체 실적의 경우 메모리보다는 업황을 덜 타는 비메모리 분야 호조에 따른 것이라는 반론이 있고, D램 현물가격도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에 따른 불안심리에 투기 수요까지 겹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지표가 보이지 않는 게 우려스럽다”며 “메모리 가격이 반짝 상승이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여전한 재고에 IT 경기 침체도 불안요인=시장의 전반적인 기조는 ‘낸드는 바닥을 찍었지만 D램은 단기 급등으로 불안하다’는 것이다. 낸드만 해도 업계 2위 도시바의 정전 사고로 전체 생산 라인의 20%가량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런 비자발적 감산이 아니었다면 낸드 재고가 지금 시점에서 4주 정도로 줄어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D램 재고 소진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가 재고 부담을 낮추는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소재 수출 지연에 따른 공급 차질이라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도시바의 정전 사고, 일본의 수출규제 등이 재고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촉발된 한일 무역분쟁이 3개월 이상 범위로 장기화되지 않는다는 가정이 맞아야 메모리 업황의 저점 통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화약고인 화웨이 제재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업황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 중 하나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6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화웨이 제재가 이완되면서 움츠렸던 투자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 출시될 예정인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AMD의 라이젠 3세대 제품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최근 인텔이 CPU 가격을 15~20%가량 낮췄다”며 “그 결과 PC 수요가 개선되고 SSD 수요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웨이가 북한의 무선통신망 구축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다시 제재가 강화될 수 있고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 행렬에서 보듯 경기 침체가 심화 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그간 생각보다 괜찮았던 모바일 쪽 수요가 빠르게 식고 있다”며 “현재는 투기성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물 시장에서 빠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고정거래가격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고병기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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