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핵심 미래사업 곳곳 부처간 ‘밥그릇 싸움’

文 "제조 혁신" 강력하게 외치지만

스마트산단·게임장애 질병코드 등

막대한 예산 주도권 놓고 힘겨루기

업무분장 안돼 이해 엇갈려 파열음

2415A01 부처 간 신산업 갈등 사례



문재인 정부가 ‘세계 4대 제조강국 도약’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스마트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주무부처 간 업무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공유숙박사업·유료방송합산규제·소비자직접의뢰유전체검사(DTC) 등 미래 핵심사업들도 부처 간 이해가 엇갈리며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관련기사 4면

23일 해당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공장 보급과 확산을 맡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제조기반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주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업무영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부처 간 스마트공장 사업 중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9월 발표한 스마트산단 시범사업 역시 이런 이유로 진행 자체가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마트산단 시범사업을 추진하자는 청사진만 있지 어떤 산단에 어느 정도 규모의 기업을 입주시킬지, 예산을 얼마나 투입할지 등 세부안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향후 10년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주도권을 놓고 산업부와 중기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스마트공장 관련 예산은 핵심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최근 3년 새 급속히 증가했다. 중기부 ICT 융합 스마트공장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지난 2017년 653억원에서 올해는 3,42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번 추경안에 포함될 711억원까지 더하면 4,139억원이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에 쓰인다. 반면 산업부 관할인 스마트공장 인프라를 위한 기계산업기술 개발 등 관련 사업은 예산이 줄거나 정체돼 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예산집행이 예고된 미래 핵심사업의 경우 부처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통한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유료방송 합산규제 관련해선 사후규제안을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간 이견이 갈리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됐던 DTC 역시 복지부의 심사 단계에 막혀 사업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수민·권경원기자 noenemy@sedaily.com

머리는 산업부-몸통은 중기부가 맡아…산으로 가는 스마트산단





“제조 현장은 다들 죽겠다고 난리인데 기업인 입장에서는 예산을 어느 부처가 가져가든 일절 관심이 없어요. 현장을 누가 제일 잘 아는지, 어느 부처가 제조업이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높은지를 따져 예산을 쓰고 부처끼리 도우면 되는 거죠. 하루하루 시간은 흐르는데 답답하기만 합니다.”

반월·시화산단에 입주한 기업인 A씨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진척이 없는 스마트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스마트산단 조성사업은 인터넷과 통신연결을 바탕으로 한 제조혁신으로 대·중소기업 간 협업,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의 통합 등이 기반이 돼야 한다. 그만큼 하나의 컨트롤타워 아래에서 유기적이고 연속적인 부처 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간 이해가 엇갈리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W·SW 통합 등 기반 우선인데

산업-중기부 엇박자에 진전 없어


막대한 예산집행도 갈등불씨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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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산단 및 스마트공장 조성을 놓고 잡음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두 부처가 ‘머리’와 ‘몸’을 따로 나눠 가졌다는 점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제조업 스마트화와 신산업 육성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 보급과 2030년까지 스마트산단 20개 구축을 제시한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연내 국가 인공지능(AI) 전략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AI 팩토리 2,000개를 구축하기로 했다.

문제는 스마트공장 보급과 확산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은 중기부가 맡기로 한 반면 AI나 사물인터넷(IoT) 등을 기반으로 기계산업 관련 기술을 개발하거나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등을 통해 산단을 고도화하는 업무는 산업부가 담당한다는 데 있다. 스마트공장 및 산단 조성을 위한 머리는 산업부가, 팔과 다리 등 몸통은 중기부가 담당하면서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실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지난 10일 반월공단에서 개최하기로 예정됐던 스마트산단 출범식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사업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은 전혀 없으며 서로 협의를 통해 잘 진행하고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지만 부처 내부는 물론 산하기관 관계자 사이에서도 이 같은 갈등설은 일파만파로 퍼지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산업부 산하의 청에서 부처로 승격한 중기부의 위상 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기부의 위상이 변했음에도 산업부 내부에서는 과거의 관계를 털어내지 못해 주도권 다툼이 정리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스마트공장 사업은 산업부 내 별도 팀에서 진행했지만 현재는 중기부 기술혁신정책과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스마트산단 사업까지 추가되면서 관련 예산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주된 이유로 지적된다. 중기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스마트공장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2017년 653억원에서 올해 4,139억원(추경 포함)으로 6배 이상 늘었지만 산업부 관할인 스마트공장 인프라를 위한 기계산업기술 개발 등 관련 사업은 예산이 줄거나 정체된 상태다.

美·獨 등 제조4강은 다양한 협업

“컨트롤타워로 유기적 논의 필요”

전문가들은 미국·독일·중국·일본 등 ‘제조 4강’이 스마트공장 기반의 제조혁신을 위해 부처 간 이기주의를 벗어던지고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채성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해외에서도 부처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는 관료제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 시범산단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테스트베드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로드맵을 내걸면 부처 간 중복 업무를 재디자인하는 등 협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한편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등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배종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도 “스마트공장은 여러 부처가 연계된 사업인 만큼 구체적으로 업무 분장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조정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며 “미국도 전 부처에서 합동으로 진행하는 국정과제는 여러 부처와 기관이 엮여 있더라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정책 소비자인 기업이나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민기자 세종=강광우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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