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정부 첫 검찰총장 문무일 오늘 퇴임]임기내내 '檢 패싱' 논란...과거사 잘못 첫 인정

권한분산 등 자체개혁 적극추진

'2년임기' 채운 역대 8번째 총장

퇴임 하루전 이례적 경찰청 방문

檢내부망에 마지막 당부 글 올려

"통제없는 권능행사 여부 성찰을"

문무일(왼쪽) 검찰총장이 퇴임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민갑룡 경찰청장의 손을 잡고 있다. /이호재기자문무일(왼쪽) 검찰총장이 퇴임을 하루 앞둔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민갑룡 경찰청장의 손을 잡고 있다. /이호재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24일 임기 2년을 채우고 퇴임한다. 문 총장은 검찰총장으로는 처음으로 검찰의 옛 과오를 적극 인정하고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개혁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두고 소신을 굽히지 않으면서 임기 내내 ‘검찰 패싱’ 논란을 일으키는 등 개혁 동력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도 나온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문 총장은 24일 오전1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퇴임식을 한다. 지난 2017년 7월25일 취임한 문 총장은 임기 2년을 모두 채운 여덟 번째 총장이 된다. 문 총장은 퇴임을 하루 앞두고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과 민갑룡 경찰청장, 김명수 대법원장 등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수장들을 잇따라 예방했다. 특히 퇴임 전 경찰청장 방문은 문 총장이 사상 처음이었다.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안으로 두 기관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는 데 따라 후임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총장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28일에도 검찰총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을 방문한 바 있다. 문 총장은 이날 민 청장을 만나 “경찰이나 검찰이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게 첫 번째 임무”라며 “그런 차원에서 두 기관이 왕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법농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굵직한 수사들을 임기 내내 지휘한 수장으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5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논란 때도 검찰 내홍 위기를 비교적 빠르게 잘 수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무엇보다 문 총장이 이전 검찰총장들과 가장 뚜렷이 구별되는 부분은 과거사를 대하는 그의 자세였다. 문 총장은 2017년 8월 취임 직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부터 검찰 사상 처음으로 과거사에 대한 공식 발언을 내놓았다. 이후 2018년 3월 직접 부산에 내려가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를 방문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과 만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문 총장 재임 기간 긴급조치위반, 계엄법위반, 5·18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등 과거사 사건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이들 가운데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이는 487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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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을 재조사·재수사한 것도 문 총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다만 상당수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상을 규명하지 못해 논란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자체개혁 추진도 문 총장이 공들인 분야다. 문 총장은 대검 내 인권부를 설치하고 반부패부와 강력부를 통합하는 등 특별수사 조직을 줄이고 인권 기능을 강화했다. 취임 직후부터 전국 41개 지청의 특수전담을 폐지하고 서울중앙지검 내 형사부 인력을 증원하기도 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검찰미래위원회 도입, 민생 사건 처리를 위한 ‘서민다중피해범죄대응 TF’ 설치 등도 그의 업적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과 관련해 청와대·여당과 임기 내내 갈등을 빚으며 이른바 ‘검찰 패싱’에 시달린 것은 문 총장의 명확한 한계로 지적된다. 현 정부에서 임명한 첫 검찰총장임에도 문 총장은 청와대·범여권, 법무부,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조직 옹위만 한다”며 연일 비판의 화살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장으로서 소신을 지켰다”는 호평도 나왔지만 결국 정부 당국과 검찰개혁 방향을 조율하는 막중한 과제를 후임인 윤 총장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문 총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떠나면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올리고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개혁을 다 끝내고 싶었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돼 송구스럽다”며 “우리부터 통제받지 않는 권능을 행사해왔던 것은 아닌지,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늘 성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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