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일본 금융보복 대비책도 세워라

국내 금융회사들이 일본계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차입금의 40%가 1년 내 만기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입수한 ‘금융권역별 일본계 외화차입금 규모 및 만기도래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증권사·여신전문금융사의 차입규모는 180억4,000만달러(약 21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40%인 72억1,000만달러의 만기가 1년 미만이다. 만약 일본이 경제보복을 금융 분야까지 확대해 이 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연장을 거부하고 자금을 속속 회수한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일본이 중요한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니 소재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처럼 일본계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국내 금융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혹시라도 일본계 자금 유출을 계기로 불안을 느낀 다른 외국계 자금이 유출 대열에 합류한다면 우리 금융시장에 일시적인 자금경색이 올 수도 있다. 일본계 자금의 차입 규모는 비록 크지 않지만 상당액의 만기가 짧은 데 유념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본이 금융보복을 하더라도 우리 금융의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고 대체 가능성이 높으며, 외환보유액도 충분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지만 ‘경제는 심리’인 만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우리 금융시장이 휘청거릴 가능성에도 당연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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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은행·증권사·여신전문금융사와 달리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대부업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파장은 한층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계 대부업체는 대부업 시장 전체 대출 잔액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거나 자금 회수에 나서면 더는 자금을 융통할 방법이 없는 서민층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정부는 항상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모두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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