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유료방송·게임부터 바이오까지…'부처 갈등'에 발 묶인 기업들

[부처 ‘밥그릇 싸움’…멈춰선 미래사업]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에

과기부-방통위 소관 놓고 대립

업계, 경영 불확실성 커지자 한숨

DTC는 책임 떠넘기기에 올스톱

게임장애 질병 분류 논의도 진통




부처 간의 갈등은 유료방송과 의약품, 게임 등의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한 이슈에 대해 두 부처가 대립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관련 기업들이 입게 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부처 갈등이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최근 유료방송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와 관련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대립이다. 양 부처는 합산규제를 대신할 사후규제 방안과 관련해 규제 소관을 어디에서 맡을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요금승인과 유료방송 다양성 평가 등에 관해 소관부처의 다툼이 있다”며 “소관부처와 관련된 문제는 두 부처가 합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을 반영하듯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2일 사의를 밝히며 “모든 방송과 통신 규제 업무를 방통위가 관장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안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논의할 때가 됐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의 업무 분장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논의가 길어질수록 곤란한 상황에 놓이는 쪽은 관련 기업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6월 합산규제가 일몰된 뒤 1년 넘게 재도입 여부를 두고 논의만 반복하고 있다”며 “대내외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데 발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결정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제도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의 갈등도 적지 않다.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복지부가 수가 산정 과정에서 배제하면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료기기 업체는 “3년 동안 온갖 자료를 제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는데 수가 산정 과정에서 똑같은 자료를 또다시 요구했다”며 “이번(수가 산정 과정)에는 또 얼마나 걸릴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됐던 소비자직접의뢰유전체검사(DTC) 역시 복지부의 기관생명연구윤리위원회(IRB) 심사 단계에 막혀 실질적인 사업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상 규제 샌드박스 진입 전 IRB 심사는 필수적”이라며 “IRB 심사 돌입 자체가 사업을 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 관계자는 “사람에게 신약 후보물질을 투여하는 임상시험과 달리 유전체를 분석하는 시범사업인데도 심사가 너무 깐깐하다”며 “이를 중재하고 조율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는 모든 책임을 복지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제도를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복지부의 이견으로 출범까지 진통을 겪기도 했다.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직후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국내 도입을 준비하려 했지만 문체부와 게임업계가 게임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관계부처들이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서는 안 된다”며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 뒤 국무조정실이 조정에 나서 민관협의체가 최근에야 출범됐다. 또 신차를 구입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과 부담금을 부과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경우 2014년 시행하기로 했지만 산업부와 자동차 업계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결국 폐기 수순을 밟은 사례도 있다.
/권경원·우영탁기자 nahere@sedaily.com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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