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장마철 필수 가전이었던 제습기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보급률이 높아진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데다 건조기·의류관리기 등 제습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신(新)가전’ 제품군이 떠오르면서다.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130만대에서 2018년 55만~60만대 수준으로 꺾였다. 불과 5년 새 시장 규모가 반 토막 난 셈이다. 이는 대형 가전업체들이 제습기 시장에서 발을 뺐거나 빼려 하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005930)는 과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하던 제습기를 최근 단종시켰다. LG전자(066570)는 아직 제습기를 생산하고 있으나 판매 우선순위에서는 밀린 상태다.
이제는 제습 기능이 다른 가전에 포함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에어컨이 사계절 가전으로 떠오르면서 제조사들은 에어컨의 제습·공기청정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전기료 걱정 없이 에어컨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인버터 기술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인 점 역시 최근 출시되는 에어컨들의 특징이다. 이를 극대화한 제품 ‘LG 시그니처 에어컨’은 냉난방은 물론 공기청정·가습·제습 기능까지 한몸에 품었다.
최근 급부상 중인 의류 건조기 역시 제습기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 장마철 실내에 빨래를 널어도 눅눅하지 않게 건조되도록 하는 제습기의 역할을 건조기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에 따르면 대형 건조기 ‘그랑데’ 판매량은 장마를 앞둔 7월1~2주간 전년 대비 약 45% 증가했다.
의류관리기인 ‘LG 트롬 스타일러’ 역시 제습기를 대신하는 효과가 있다. 스타일러 문을 45도가량 열어놓고 실내 제습 코스를 작동시키면 스타일러가 설치된 공간의 습기를 최대 10리터까지 제거해준다. 드레스룸 내 습기로 발생하는 의류 속 세균·곰팡이 등의 증식을 막기 위해 탑재된 기능이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어컨과 의류관리기 등 제습기를 대체할 가전이 많아지면서 제습기를 찾는 소비자의 감소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