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생각만 하면 곧장 컴퓨터에 글자가 입력되는 비(非)삽입형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개발에서 진전을 이뤘다. 비삽입형이란 외과수술을 통해 이런 기기를 체내에 이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7년 개발자 콘퍼런스 ‘F8’에서 이 기술에 대한 구상을 공개한 뒤 장기 제품·기기 연구부서인 ‘리얼리티 랩스’를 통해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등 여러 대학과 공동연구를 벌여왔다.
30일(현지시간) 발행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페이스북 측은 세 명의 간질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은 뒤 이들이 두뇌 활동만으로 컴퓨터에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환자가 생각한 내용이 단어나 문구로 컴퓨터 화면에 곧장 문자로 전환돼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실시간으로 뇌파에서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해독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내용은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제한됐고 머릿속에 떠올린 언어를 해독하는 알고리즘의 정확도도 61%에 그쳤다. 이 내용은 이날 CNN·CNBC에도 방송됐다. 페이스북은 “이 기기는 현재 너무 크고 느리고 믿을 만하지 않지만 잠재력이 엄청나다”며 “이 첨단 기술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킬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번 연구 결과가 뇌졸중이나 척수 손상 같은 심각한 뇌 손상 후 말을 할 수 없게 된 환자들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앤드루 보즈워스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부문 부사장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가 거둔 진전은 미래 AR 안경에 대한 신호 입력이나 상호작용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썼다.
물론 인간 두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해 생각으로 컴퓨터를 작동시키려는 시도는 페이스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역시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통해 이 분야에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이달 초 뉴럴링크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개발에 진척을 이뤘다며 내년 중 사람을 상대로 한 실험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