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215600)의 글로벌 임상3상 중단으로 신라젠이 발행한 전환사채(CB)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 3월 키움증권(039490)과 손잡고 1,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당초 3,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잡았지만 기관투자가들이 막판에 투자를 포기하면서 1,100억원으로 물량이 줄었다. 키움증권이 이를 총액인수한 뒤 대부분 셀다운(재매각)했다.
이번 사채의 만기일은 오는 2024년 3월이고 투자자들은 내년 3월부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7만111원이었지만 주가가 내리막을 타면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전환가액을 조정해 4만9,078원까지 낮췄다. 이날 가격 하한선인 3만1,200원까지 떨어진 신라젠의 주가를 4만9,078원에 사는 권리를 주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식전환을 통한 이익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CB 발행 당시 규정에 따라 전환가액을 4만9,000원 이하로 추가 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물론 신라젠이 원리금만 제때 지급한다면 만기 때까지 보유하거나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키움증권은 CB 발행 구조를 설계하면서 항암물질에 대한 무용성평가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연복리 3%인 금리를 6%까지 올리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바 있다.
문제는 신라젠이 기업으로서 지속할 수 있느냐다. 신라젠은 매출이 거의 없다. 기업공개(IPO) 당시 조달자금과 피투자자금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매년 5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내고 있다. 올해 1·4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70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추가 투자 유치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자금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신라젠 고위임원이 보유주식 전부를 이미 매도한데다 임상까지 중단되면서 심각한 신뢰의 위기가 온 상황이라 투자심리는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라젠을 계기로 증권사들이 CB·BW 투자를 마구잡이 식으로 늘리고 있는 데 따른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CB·BW 발행 규모는 5조7,267억원으로 전년(3조5,820억원)보다 59% 넘게 급증했고 올해도 7월 기준 3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를 도입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신주 투자를 독려한 여파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메자닌 투자 환경이 좋아지면서 수익에 목마른 증권사들이 투자 리스크 점검에 소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신라젠 CB의 경우 위험성 우려가 있었던 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