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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한진그룹 경영진, KCGI 만남 사실상 거절…업계 "만날 이유 없어"




한진그룹 주요 경영진들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회동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KCGI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의 2대 주주이긴 하지만, 회사 차원이 아닌 경영진 개인을 상대로 만남을 제안한 만큼 만남이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주주제안 같은 공식 절차가 아니란 점도 거절의 이유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수세에 몰린 것은 KCGI인 만큼 한진그룹 경영진이 만남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2일 한진칼은 KCGI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만나자”는 회동 제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2일은 KCGI가 요구한 답변 시한이다.


한진그룹은 “KCGI가 회동과 관련된 등기 서류를 한진칼에 보낸 것이 아니고 경영진 개인에게 보낸 상황”이라며 “회사가 별다른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대응으로 제안을 거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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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는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한 경영진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한진칼 조원태 대표이사, 조현민 전무를 상대로 글로벌 경영 위기에 대처하는 그룹 경영진의 전략을 듣고 한진칼 책임경영 체제 마련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KCGI는 회동이 성사되면 강성부 대표와 김남규 부대표(그레이스홀딩스 대표)가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또 송현동 부지 매각 등 한진그룹이 2월 시장에 공개적으로 약속한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의 이행상황을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KCGI가 제안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관한 새로운 경영진의 입장을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6월 21일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4.3% 취득 사실이 알려진 후 한진칼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급한 쪽은 KCGI인 만큼 조원태 회장 등 경영진은 만날 이유가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추가 펀딩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KCGI가 공개 회동을 제안해 국면 전환용으로 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KCGI도 만남이 성사될 것을 기대하고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주주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새로운 명분을 찾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CGI가 추가로 펀딩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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