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여 남짓 남은 가운데 수능 후 시험지를 수험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평가원의 작은 결정이 60만 수험생에게 큰 힘이 됩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는 자신을 “부산에서 고등학교 3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수험생들은 부족한 시험시간을 쪼개서 40개나 되는 정답을 매시간 수험표 뒤에 정신없이 적어서 나온다. 시간이 부족하면 못 적는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학생들의 수능 시험지를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평가원의 시험지 회수로 수험생들이 주어진 시험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평가원은 매년 수험생이 작성한 OMR 답안에 오류가 있거나 수험생 부주의로 답안이 잘못 표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결의 근거자료로 쓰기 위해 시험지를 회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원 글 작성자는 “본인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시험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평가원의 답변은 어불성설”이라며 “평가원의 말대로 시험지를 활용해 답지를 수정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평가원이 시험지를 활용해 해결한 사례가 있다면 공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그는 “수능 점수 발표 전 수능 최저 등급이 적용되는 학교의 면접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자신의 정확한 점수를 모르는 탓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수험생 및 학부모가 속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현재 2만 8,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실제 수도권 주요 대학 대부분은 시험 직후 주말부터 수능 성적 발표 이전까지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2차 면접과 논술 시험을 진행하는데, 이들 중 다수는 해당 수시 전형에 ‘최저 등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수험생의 수능 성적이 일정 등급에 미치지 못하면 최종 합격을 금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수험생들이 별도로 자신의 시험 답안을 적어오지 않는 한 수능 성적을 예상할 수 없어, 최저 등급에 실제 성적이 못 미치더라도 일단은 학종 면접과 논술 시험 등 수시 전형에 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가채점을 바로 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면접, 논술 학원 직전 대비 특강을 들어야 한다”며 “현행 제도는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평가원의 시험지 회수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돼왔다. 한 네티즌은 “가채점을 하지 못하면 논술 전형의 지원 자격이 되는지 여부도 모른 채 시험을 봐야 한다”며 “시간 낭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평가원의 회수 이유는 이해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계속 나온다면 시험시간 조정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청원과 관련해 평가원 측은 “수험생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청원의 입장은 다소 편협하다”고 반박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매년 수 십만 명이 시험에 응시하다 보니 답안지에 이물질이 묻는 것 외에도 수십 건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경우 문제지가 없으면 수십 명의 학생이 완전한 불이익을 받는다”며 “회수된 문제지를 확인하는 등 수작업을 통해서도 수험생 점수에 대한 불이익을 방지한 사례가 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험생에게 최대한 유리한 진행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평가원 관계자는 “장애 학생의 경우 장애 정도에 따라 일반 학생보다 1.5~1.7배 더 시간이 걸린다”며 “먼저 시험이 끝난 학생들의 시험지가 유출되면 이후 형평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시험지를 회수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2020년 수능시험은 11월 14일 시행되며 수능 응시원서 접수는 8월 22일부터 9월 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2020학년도 수능 성적통지표 교부일은 12월 4일이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