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재선 위해 北에 유화 제스처…韓엔 동맹 흔들며 방위비 압박

■트럼프 "한미훈련 돈 많이 든다"

WP "北 편드는 것처럼 행동"

NYT "린치핀 한미동맹 조롱해"

北 "美가 우리 자위권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신화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불만 표출에 미국 언론들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의미를 크게 축소하면서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연합훈련의 가치는 평가절하했다는 점에서다. 재선 등 국내 정치 이벤트를 위해 북한에는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린치핀으로 불리는 동맹, 한국을 향해서는 방위비에 대한 불만만 계속 제기하자 미국 안보 전문가들은 경악 수준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기회로 삼아 남측을 향해 조롱 섞인 비난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북한의 조롱보다 청와대의 ‘안보 방기’에 더 화가 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매우 아름다운 편지였다”며 “우리가 또 다른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친서 외교를 통한 실무협상 재개와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운을 띄운 것이다. 하지만 논란의 발언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전하면서 “나도 (연합훈련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 왜냐하면 돈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용을) 돌려받아야 하고 나는 한국에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미사일 발사를 한 상황에서도 다음날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만 늘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것은 긴 친서였다. 그중 많은 부분은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드는(ridiculous and expensive) 훈련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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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왼쪽 두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함경남도 함흥의 모처에서 태블릿PC를 들고 단거리 발사체 발사 근접촬영 장면을 보고 있다. 김 위원장 앞 해안가에서는 발사체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연합뉴스김정은(왼쪽 두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함경남도 함흥의 모처에서 태블릿PC를 들고 단거리 발사체 발사 근접촬영 장면을 보고 있다. 김 위원장 앞 해안가에서는 발사체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 개발 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의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향해서는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막말을 쏟아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웃기는 것”이라는 무례한 표현도 사용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안보 전문가 등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은 항상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침략 예행연습’이라고 규탄하며 종종 미사일이나 다른 무기 시험으로 대응해왔지만 올해 특이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70년 된 한미동맹의 린치핀 역할을 해온 한미연합훈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심지어 조롱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과정에서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CNN은 “방위비 분담금 등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접근법’은 그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동맹’에 대해 헌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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