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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 '나'만의 예능 '호'기심 예능…나영석·김태호PD의 귀환

■돌아온 '예능PD 양대산맥'

‘익숙함’으로 무장한 나영석PD

‘삼시세끼’ 여덟번째 시즌 시작

“자신만의 色으로 꾸준히 인기”

김태호PD ‘신선함’으로 승부수

유튜브 채널 병행 ‘놀면 뭐하니’

크라우드 펀딩결합 ‘같이펀딩’ 선봬

1615A24삼시뭐하니



대한민국 예능 PD 양대산맥인 나영석(43) PD와 김태호(44) PD가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KBS ‘1박2일’ 시즌1과 MBC ‘무한도전’이라는 최고의 예능으로 맞붙었던 두 사람인 만큼 이들이 선보이는 프로그램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PD의 신작은 결이 다르다. ‘무한도전’ 이후 1년4개월 만에 두 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고 온 김 PD는 유튜브와 크라우드펀딩 등 최근 트렌드를 담아내 ‘신선함’을 강조했다. 반면 나 PD는 ‘삼시세끼’를 통해 자연 속 힐링이라는 ‘익숙함’을 다시 선택했다. 나 PD가 지난 2012년 CJ ENM으로 이적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해왔다면 김 PD는 이제 ‘무한도전’ 이후 새로운 장을 펼치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두 PD는 후배 PD들과 팀을 형성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며 대한민국 예능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스타보다 더 큰 유명세를 얻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두 대표 예능 PD의 행보와 프로그램들 특징에 대해 살펴봤다.

삼시세끼 산촌편 포스터. /사진제공=tvN삼시세끼 산촌편 포스터. /사진제공=tvN


◇각각 새로움·익숙함 택한 김태호와 나영석, 시청자는 누구편=김 PD의 새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는 지난달 27일 토요일 오후6시30분, ‘무한도전’이 방송되던 시간에 처음 전파를 탔다. 유재석을 앞세워 스타들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릴레이 카메라 형식이다. 김 PD는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놀면 뭐하니?’는 캐릭터나 아이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무한도전’보다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6명이라는 숫자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생각만큼 뜨겁지 않다. 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1회 4.6%를 시작으로 2회 4.3%, 3회 4.1%를 기록하며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데다가 아직 캐릭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김태호 PD가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틀에 갇혀있는 듯 보인다”며 “‘무한도전’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각 인물의 캐릭터가 부여됐기 때문인데 아직 캐릭터가 없는 상태에서 유재석 혼자 프로그램을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MBC ‘놀면 뭐하니’ 포스터. /사진제공=MBCMBC ‘놀면 뭐하니’ 포스터. /사진제공=MBC


‘놀면 뭐하니?’는 방송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유튜브에 맞는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김 PD는 기자간담회에서 “유튜브는 방송을 시작했으니 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로 어떤 콘텐츠를 보여드릴지 제작해나가면서 고민해볼 생각”이라며 지속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 6월 개설된 ‘놀면 뭐하니’ 채널 구독자 수는 30만 명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나 PD도 ‘삼시세끼’로 돌아왔다. 지난 9일 처음 방송된 ‘삼시세끼 산촌편’은 2014년 정선편으로 시작돼 이번이 여덟 번째 시즌이다. 이번 시즌은 처음으로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 등 여성 출연진들로만 구성됐다. 나 PD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산으로 바다로 옮겨 다니면서 총 7개 시즌이 나와 더 보여줄 게 있을지 부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새로움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지고 익숙함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채집하고, 만들고, 먹고, 쉬고,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잠드는 이 단순한 행위에 시청자들은 편안함을 느꼈고 첫 방송 시청률은 7% 대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나영석 PD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만 판다고 이전부터 말한 바 있다”며 “나 PD 작품에서 새로운 게 더 나와야 하지 않나 하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가 선보인 작품들은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것을 안 한다고 해서 비난할 사유는 아니고 기존의 것으로도 성공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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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스타 PD의 공통점과 차이점=나 PD와 김 PD는 각각 1976년생과 1975년생으로 비슷한 나이에 입사 시기도 2001년, 2002년으로 비슷하다. 나 PD는 KBS 재직 당시 ‘1박2일’ 시즌1, 김 PD는 MBC ‘무한도전’으로 이름을 알렸다.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자연스레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이후 두 사람이 선택한 길은 달랐다. 김 PD가 MBC에 끝까지 남아 무한도전을 12년 동안 이끌었지만 나 PD는 2012년 CJ ENM으로 이적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김 PD의 경력은 ‘무한도전’ 하나인 반면, 나 PD는 ‘꽃보다’ 시리즈, ‘윤식당’ ‘신서유기’ 등을 꾸준히 히트시켰다.

두 PD의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다. 나 PD는 자연적 설정을 강조하고 음식·여행 등에 중심을 뒀다. 다만 음식과 여행에 편중된 예능이 많아 ‘자가복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나 PD는 이에 대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음식과 여행은 저희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하는 테마지만 프로그램마다 다른 점이 조금씩 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PD는 놀이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편이다. 실제로 김 PD가 오는 18일부터 선보일 ‘같이 펀딩’은 사회적 의미가 두드러진다. 혼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확인하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같이’ 만들어간다는 예능이다. 김 평론가는 “나 PD는 음악이나 코멘트 등을 통해 감성적인 면, 자연스러운 설정 등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김 PD는 놀이, 즐거움, 이를 통해 담아낸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두 PD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넘어 후배 양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나 PD는 이미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는 후배 PD들과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이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활발히 제작하고 있다. tvN ‘커피프렌즈’는 ‘삼시세끼 정선편’을 통해 입봉한 박희연 PD의 작품이고 ‘현지에서 먹힐까’는 ‘신혼일기’를 통해 데뷔한 이우형 PD의 작품이다. 나 PD는 “빠르게 변화하는 예능 트렌드에는 마흔 중반인 저보다 후배들이 더욱 적합하다”며 “저의 노하우와 후배들의 젊은 감각이 상호 협력하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김 PD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MBC에서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놀면 뭐하니?’의 채현석 PD, ‘같이 펀딩’의 현정완 PD가 김태호 사단으로 꼽힌다. 김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을 준 적은 없지만 제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며 “20년간 일하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렇게 하면 잘 되더라, 잘 안 되더라’ 같은 데이터가 누적돼 있는 만큼 프로그램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자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팀을 꾸려 이 안에서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이 생산되면 좋겠고 MBC 내의 작은 스튜디오 같은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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