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합작법인을 출범시킨 노사 지역상생형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의 새로운 돌발 변수로 노동이사제가 떠올랐다. 노동계는 노·사·민·정이 합의를 통해 광주형 일자리 합의가 이뤄진 만큼 법인 내 노동자들과 지역 노동계의 연결고리로서 노동계 추천 이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경영계에서는 국내 노사관계가 대립적 성격을 띠는 상황에서 노동이사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1일 광주광역시가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 노동계 추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대해 광주형 일자리에 주요 주주로 참여한 현대자동차는 당혹스러워했다. 지역 상생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는데 출범 전부터 노조 측과 마찰을 빚는 모습이 빚어져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통해 노사 상생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잘 진행하자는 입장인데 이사 선임을 두고 논란이 불거져 아쉽다”며 “협의를 통해 이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출발부터 노동계의 반대로 당초 원칙에 반해 진행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대 주주인 현대차가 추천한 이사는 노동계의 반발로 선임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계획에도 없던 노동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소속인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한국노총마저 이사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에서 우려하는 또 다른 부분은 노동이사제 문제가 광주형 일자리를 다시 어려움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주 44시간 노동, 평균 연봉 3,500만원의 적정임금·적정 근로시간 원칙을 적용해 이목을 끌었다. 이 일자리 모델이 자리를 잡아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길 원하는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변수가 되는 건 원치 않는 일일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는 독일처럼 노사가 화합하는 관계에서는 가능하지만 한국처럼 대립적 노사관계에서는 시기상조”라며 “광주형 일자리가 지역상생형이란 인식이 퍼지고 신뢰가 쌓여 여력이 생기면 그 때 논의해볼 수도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가 노사민정 협의체에서 결정된 만큼 노동이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 상생경영이 광주형 일자리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만큼 노동계와 법인 간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사회적 대화에 따라 합의한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원칙을 법인 소속 노동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이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준호기자 이재용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