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한영외고·고려대를 거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까지 진학한 과정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현실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입시 관계자들은 자녀를 의사로 만들기 위한 부모의 경제적 지원과 전문가의 컨설팅이 결합된 전략적인 방식으로 진학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조 후보자 자녀 진학 과정의 가장 놀라운 점은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입시의 필수로 여겨지는 필기시험 없이 입학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21일 입시전문가 A씨는 “시기에 맞춰서 실기전형이나 면접을 통해 학생을 뽑는 모집요강을 정확히 파악해 지원했다”며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음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입시에서 수학능력시험(수능)을 주로 보는 정시 모집인원이 줄어들고 내신이나 면접·논술을 활용한 수시 전형이 늘어난 점이 조 후보자 딸의 진학에 큰 메리트가 됐다. A씨는 “당시 입시제도가 급변해 일반 학부모들은 입학사정관 제도 등을 알지 못해 지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런데 조 후보자 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미리 준비했다는 점에서 매우 전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영외고 입학 때부터 조 후보자 자녀의 입시 컨설팅은 시작된다. 당시 조국 후보자 내외와 함께 해외 체류를 마치고 온 자녀는 서울에 위치한 외고에 고입 특례 대상자 자격으로 입학한 것으로 보인다. 고입 특례 전형은 외국 학교에서 2년 이상 재학하면 지원이 가능한데 내신 성적 비중이 낮아 당시 중학교부터 해외 진학이 가능한 부유층 자녀들이 외고에 진학하는 창구가 됐다. 조 후보자 딸은 외고에 다니면서 단국대 의대 인턴을 통해 논문을 작성해 전공을 문과에서 이과로 바꾸는 전략까지 사용했다. A씨는 “당시 논문 등재, 학술대회 발표 등 각종 ‘자소서 스펙’을 쌓아 수시로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이었다”며 “한발 앞서 선수를 쳤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려대에 진학하면서는 의사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 후보자 딸이 진학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대학에서 자연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전형으로 의대를 가지 않아도 향후 의전원에 입학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 딸은 고교 재학시절 취득한 논문을 고려대에 제출해 진학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입시전문가 B씨는 “당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외고·특목고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전형이었다”며 “의사가 되기 위해 이과로 전공을 바꾸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후 조 후보자 딸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진학해 전공 전환에 성공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이와 같은 진학 과정에서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보다 해외 체류 경험을 살린 외국어 능력 등이 활용됐다는 점이다. 조 후보자 딸이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전형은 대학과 같은 수시 입학전형으로 영어공인인증시험 성적과 면접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의전원 입학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도 제출됐지만 정작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의전원 입학에 성공한 조 후보자 딸은 대학 학사과정에서 유급을 두 번 당한 가운데서도 교수로부터 거액의 장학금을 수령해 논란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