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유럽에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만약 이러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INF 조약 폐기 이후 러시아의 대응과 관련 “러시아도 중·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지만 미국의 공격 시스템(중·단거리 미사일)이 특정 지역에 나타나지 않는 한 그것들을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루마니아에 이미 배치돼 있고 폴란드에도 곧 나타날 유럽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의 지상 발사대에서 해상 발사형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발사할 수 있다면서 프로그램만 바꾸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미국의) 이 같은 행동들에 대응해 대칭적 성격의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INF 조약 폐기 이전부터 루마니아에 이미 전개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되고 있는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이 방어용 요격 미사일뿐 아니라 공격용인 사거리 2,4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INF 위반이라고 비판해 왔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INF 조약에서 지난 2일 탈퇴하고 보름여 만인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주 샌니콜러스섬에서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번 시험에서 MK-41 발사대가 사용됐고 미사일은 미 레이시온사(社)에서 만든 토마호크 지상공격형 미사일의 개량형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회견에서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군사훈련장에서 최근 발생한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와 관련 “해당 지역의 방사능 수준은 정상이며 러시아나 이웃 국가 어디에서도 방사능 수준 증가가 관측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 정상은 현재 핀란드가 유럽연합(EU)이사회 순회의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EU 간의 건설적 대화 재개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통상·경제, 투자, 환경, 인적 교류 분야 등에서의 양자 협력 문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