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勞 "귀족노조 프레임 없애는 단초 마련"

8년만에 파업없이 임단협 타결

타업체에 '방향키' 작용 가능성

현대자동차 노사가 3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2019년 임단협 조인식을 열었다. 하언태(오른쪽) 부사장과 하부영 노조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 노사가 3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2019년 임단협 조인식을 열었다. 하언태(오른쪽) 부사장과 하부영 노조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을 이뤄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하부영 위원장이 “사회적 고립과 귀족노조 프레임을 없애는 단초를 마련했다”며 이번 임단협 결과에 대한 자평을 내놓았다. ‘습관적 파업’으로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하며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대차 노조의 ‘자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목소리가 아직 임단협이 진행 중인 여타 완성차 업체와 다른 제조업체에 방향키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하 위원장은 3일 임단협 타결 직후 소식지를 내고 “현장의 우려도 있었지만 노조가 처한 대내외적 여건을 감안한 결단에 가결로 힘을 보태준 조합원 동지들께 감사한다”며 “노조 32년을 맞는 올해는 지난 31년간의 방식과 다르게 교섭 횟수만 늘리는 교섭이 아닌 진정성 있는 교섭으로 추석 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위원장은 “교섭진행 중에 발생한 중대한 변수인 일본과의 무역전쟁은 그 어떤 변수보다도 크게 다가와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라면서 “주변 상황을 무시하고 총파업을 진행하면 그동안 국민들에게 받았던 귀족노조 프레임에 매국노조 프레임까지 추가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파업을 벌일 경우 “자칫 자동차 불매운동으로 번져 책임과 비난이 5만명의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것”을 고민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사회적 고립과 귀족노조 프레임을 없애는 단초를 마련했다”며 “추석 전 타결로 국민적 여론이 조합에 긍정적으로 바뀌어 고향 가는 길이 많이 가벼울 것”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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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수(약 15만명)의 3분의1인 5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리며 ‘투쟁’을 주도해온 현대차 지부의 미묘한 변화가 다른 완성차 업체, 나아가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줄지 산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또한 현대차 노조의 결단을 평가하며 “기아차·한국GM·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임단협이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업장에서도 노사가 경제 여건의 엄중함을 생각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재 한국GM과 르노삼성 등 노사가 임단협을 진행 중인데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 회사 측은 동결을 시사하고 있어 간극이 큰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달 23일과 30일 4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했고 상황 변화가 없으면 다음달 9일부터 사흘간 8시간 전면파업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아직 교섭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측이 인력 구조조정을 시사하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도 ‘첩첩산중’이다. ‘물적분할 사태’의 앙금이 남은 현대중공업 노조는 5일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12만3,526만원(6.68%)의 기본급 인상도 내걸었다. 반면 사측은 “불황으로 수년간 동결한 끝에 지난해 겨우 2만원 올렸는데 12만원 인상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올해는 임금협상만 진행하는 대우조선 노조도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피인수를 반대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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