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홀로서기 나선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 반전 시동

LSI사업부 독점계약 내년 만료

내부 거래물량 외부로 돌려

수익성 개선·고객사 다변화

對美 투자늘려 日규제 대비도

0615A13 삼성파운드리점유율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사업부가 홀로서기를 추진한다. 삼성전자 내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의 독점생산 계약이 내년 종료되면서다. 성장이 정체된 삼성 파운드리는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외부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투자 확대를 통해 고객을 늘리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각각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의 독점계약이 내년 초 만료돼 재협상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7년 파운드리가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분리될 때 맺었던 이 계약은 삼성 파운드리가 LSI 물량을 독점하는 대신 비교적 낮은 단가에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이후 재계약은 일부 8인치 팹 물량을 외부로 돌리는 대신 생산 단가를 높이는 쪽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스템LSI사업부가 TSMC 등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이미 가동률이 높아 생산라인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는 시스템LSI 물량을 소화할 정도의 미세공정 기술력과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 따라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등은 계속 삼성 파운드리가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파운드리사업부의 분리 움직임은 점유율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4분기 삼성 파운드리가 점유율 18.5%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의 점유율은 지난해 4·4분기 14.9%에서 올해 1·4분기 19.1%로 껑충 뛰었지만 2·4분기 18%로 줄어든 뒤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경쟁사인 TSMC가 지난 1·4분기 48.1%에서 올 3·4분기 50.5%까지 덩치를 키운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을 삼성전자 LSI사업부와의 특수 관계와 연관 짓고 있다. 지난 1·4분기부터 내부 거래가 점유율 집계에 반영되면서 점유율이 급증했지만 이후에는 파운드리 외형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재계약으로 LSI의 8인치 물량이 빠지면 여유 생산라인이 늘어나고 고객사 영업이 수월해질 수 있다. 시스템LSI사업부와의 독립성이 강화될수록 고객사의 설계 보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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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고객사가 늘어날 경우 삼성 파운드리가 현지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 생산라인에서는 14나노, 28·32나노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여기에 첨단 공정인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할 경우 일본의 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수출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최근 “삼성과 경쟁하는 애플을 돕겠다”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오스틴 시의회로부터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액 1억8,800만달러(약 2,257억원), 설비투자액 1억8,300만달러(약 2,197억원)에 대한 면세 승인을 얻어내기도 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미국 내 하이엔드 파운드리 설비 투자 및 오스틴 이외 지역까지 포함하는 장기 투자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본과의 이슈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파운드리 부문 인수합병(M&A)을 통한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사와 나스닥 상장을 통해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올 4월 비메모리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를 모두 자체적으로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99조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내세운 ‘2030년까지 비메모리 1위’라는 목표에 한걸음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분사가 이뤄질 경우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매출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며 “활발한 외부 고객 유치로 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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