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기관투자가 동반 매수로 상승세를 타며 한 달여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특히 기관은 지난 8월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10거래일 연속 1조 5,000억원대 규모 순매수에 나서 올해 최장 기록을 세웠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아직 증시가 본격 반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5일 코스피는 16.22포인트(0.82%) 오른 2,004.75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00선을 넘어선 것은 올 8월1일(2,009.33) 이후 처음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885억원, 기관은 9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8월 이후 3거래일을 제외하고 계속 팔자 행진을 펼쳤다.
증시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중 무역협상 재개 및 중국 정부의 홍콩 송환법 철회 결정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이달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꼽힌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에는 오는 17~18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며 외국인이 매수에 나섰고 10월에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기관도 ‘팔자’에서 ‘사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다. 외국인이 1,214억원, 기관은 797억원 규모를 각각 사들인 삼성전자는 3.63% 오르며 4만5,000원대를 한 달여 만에 회복했다. 외국인이 그다음 많이 사들인 SK하이닉스(000660)(946억원)는 3.75% 오른 8만3,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8월 D램 고정가격이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고 4·4분기부터 서버용 D램 수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등 D램 가격 요인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7,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관의 순매수가 시작된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6,551억원)로 나타났다. 그 밖에 셀트리온(1,060억원), 신한지주(643억원) 등 8월 이후 하락세가 두드러진 종목들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기금은 지난달 21일부터 1조1,014억원을 사들였다.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매수가 지속된 배경에 대해 증시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증시의 본격적인 반등 여부를 가늠할 기준으로는 외국인 매수세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의 연설과 17~18일 FOMC 정례회의 결과, 미중 고위급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10월 미중 고위급 회담, FOMC의 금리 인하 결정 등에 따라 지수 등락이 있겠지만 7·8월보다는 증시가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경훈·심우일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