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빅 이지’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음을 사로잡을 카드는 누구일까.
오는 12일(한국시간) 2019~2020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전체 49개 대회 일정의 대장정에 돌입하는 가운데 시즌 초반 화두 중 하나는 ‘눈도장 찍기’다. 12월12~15일 호주 로열 멜버른GC에서 열릴 프레지던츠컵의 막차 티켓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국과 세계연합(유럽 제외)의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은 각 팀 8명씩의 자력 선발 명단을 지난달에 이미 확정했다. 미국은 최근 2년간, 인터내셔널팀은 1년간의 성적을 기준으로 삼았다.
관심은 단장 추천으로 뽑는 팀당 4장씩의 와일드카드다. 단장 추천 선수는 11월 첫주에 발표하기 때문에 그전에 열리는 PGA 투어 9개 대회에서 각 팀 단장에게 자신의 경쟁력을 충분히 ‘어필’해야 한다.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은 우즈의 ‘셀프 추천’에 쏠리고 있다. 우즈는 미국팀 프레지던츠컵 포인트 13위다. 순리대로면 9~12위인 토니 피나우, 게리 우들랜드, 리키 파울러, 패트릭 리드를 뽑는 게 맞다. 하지만 우즈는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흥행카드다. PGA 투어 대회는 우즈가 나오는 대회와 나오지 않는 대회로 나뉜다. 1년 전 5년 만의 PGA 투어 대회 우승으로 부활을 알린 뒤부터 더 그렇다. 지난 4월 최고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도 제패했다. 미국팀의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의견도 많다. 함께 뛰는 것만으로 팀 동료들에게 특별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9~12위 선수들의 출전 의지가 워낙 강해 셀프 추천을 밀어붙일 경우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파울러는 “호주에서 경기를 썩 잘한 경험이 있다. 링크스 코스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했다. 메이저 최다승(18승) 기록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최근 “현재 포인트 랭킹이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내가 우즈라면 자신을 뽑지 않을 것이다. 앞순위 선수들을 선발하는 게 페어플레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단장이라면 우즈를 뽑는 게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내가 단장이어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클라우스는 우즈와 역대 네 차례 단장-선수 관계로 프레지던츠컵을 경험했다. 우즈는 역대 성적 24승(1무15패)을 자랑한다.
관건은 결국 ‘건강’이다. 우즈는 지난달 무릎 연골 수술을 받고 회복하고 있다. 새 시즌 첫 출전 대회는 다음달 24일 열릴 일본 조조 챔피언십인데 여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는 등 건재를 과시한다면 여론을 자신 편으로 끌어올 수 있다.
국내 팬들은 지난 시즌 신인 임성재(CJ대한통운)가 인터내셔널팀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포인트 랭킹 11위라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초대받은 유일한 신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점을 엘스 단장이 충분히 반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12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릴 개막전 밀리터리 트리뷰트부터 3주 연속으로 대회 일정을 이어간다. 와일드카드 발표 전까지 6개 대회에 출전해 부지런히 경쟁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외 한국 선수들은 15~17위에 안병훈, 김시우, 강성훈이 차례로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