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비주얼 인류]전 직원이 한달살기 떠난 회사가 있다?…‘여행에 미치다’ 조준기 대표

페이스북 커뮤니티로 출발...제휴사 협업 통해 여행 콘텐츠 제작

“인생에 한 번 정도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여행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수단...친근하게 다가갈 방법 고민

조준기 ‘여행에 미치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신현주 인턴기자조준기 ‘여행에 미치다’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신현주 인턴기자



한 달간 문 닫고 전 직원에게 “월급 줄 테니 여행가라”는 회사가 있다. 직원 모두가 전 세계 8개국으로 떠나 각자의 방식으로 한 달 살기를 즐기는가 하면 회사 대표는 전 직원을 워크숍 당일 네덜란드로 보내버리기도 한다. ‘트래블 엔터테인먼트’라 불러달라고 하는 회사, ‘여행에 미치다(이하 여미)’ 이야기다. 제대로 된 자유여행을 못 가본 26살 청년이 지난 2014년 다양한 일반인의 여행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페이스북 커뮤니티 ‘여미’는 현재 192만 명의 페이스북 팔로워, 92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그리고 34만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린 국내 최대 여행 콘텐츠채널이 됐다.

‘여미’는 여행 상품을 판매하거나 숙소를 중개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 관련 다양한 산업 종사자와 여행 크리에이터 간 만남의 장을 열고 자체적으로 투어를 기획해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일상을 여행으로’라는 슬로건 하에 다양한 여행 관련 콘텐츠로 20~3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미’. 이들이 여행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 서울경제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일상을 여행으로”
Q. ‘여행에 미치다’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여미’에 대해 말하면 많은 분들이 관광 상품이나 숙박, 항공권을 파는 곳인 줄 아세요. (웃음) 사실 저희는 다양한 제휴사와 협업하며 여행 관련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익을 얻는 회사입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회사에요. 처음에는 단순히 여행 관련 정보를 담은 영상이나 사진 등을 SNS에서 공유하는 데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인기가 많아지고 커뮤니티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커뮤니티 자체적으로 여행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러다 콘텐츠 비즈니스에만 수익 구조를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탄생한 것이 ‘트래블 엔터테인먼트’라는 명칭입니다. ‘여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명칭이기도 해요. 결국 콘텐츠는 삶의 곳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여행 관련 크리에이터와 제휴사 간 만남의 장을 열거나 ‘여행자의 밤’이라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모임을 주최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여행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요. 여행에 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정 짓지 않고 도전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Q. ‘여행에 미치다’는 어떻게 시작은 어땠나요?

26살까지는 흔히 말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적어도 1년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때가 아니면 못하는 거니까.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만든 커뮤니티가 ‘여미’입니다.

사실 이걸 시작하기 전에는 여행 경험이 별로 없었어요. 여행정보도 여행 전문가들이 쓴 가이드 북이 전부였고 일반인에게 자유여행은 다소 어려운 부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여행은 전문가뿐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온라인에 흩어져 있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소개하면서 반응이 나타났어요. 이후 5명이 외부 투자 없이 사무실을 차렸어요. 사무실을 차릴 당시만 해도 일이라는 개념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좋아해 주는데, 여행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휴사와 일해보면 어떨까’하는 마음가짐이었어요. 여행 정보를 저희가 콘텐츠로 제작해 제공하는 거죠. 현재는 19명의 크루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내부적으로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여행에 미치다’ 사무실. /신현주 인턴기자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여행에 미치다’ 사무실. /신현주 인턴기자


‘여행에 미치다’ 주관 여행자의 밤 행사 사진/제공=여행에 미치다‘여행에 미치다’ 주관 여행자의 밤 행사 사진/제공=여행에 미치다


“여행은 전문가 아닌 '모두'의 콘텐츠”
Q.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외부적으로는 저희를 회사라고 표현하지만 솔직히 회사라고 말하기 좀 부끄러워요. ‘여행을 좋아하는 크리에이터 모임’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이 어떤 일을 하냐에 따라 성장해 나가는 거죠. 회사 차원에서도 개개인 크루의 성향을 존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최대한 지원하려 노력해요. PD, 작가, 촬영감독 분야를 나눠 일하는 미디어 업체가 많은 반면 저희는 개개인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구조거든요. 저희가 SNS 콘텐츠에 주력하다 보니 트렌드와 피드백을 최대한 빨리 반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획에만 몰두하면 독이 될 때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곳들에 비해 기획보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촬영과 편집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다들 친하고 발랄할 것 같아 보이지만 일할 때는 매우 수직적인 구조입니다. 팀으로 일하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진행되는 일이 많아서 ‘성과’라는 지표가 뚜렷하거든요. 서로의 SNS를 통해 개인 근황을 알 정도로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할 정도에요. 하지만 그 외에는 재밌게 놀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여행에 미치다’ 영상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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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예쁜 색감의 여행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희노애락’을 영상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게 저희 영상의 특징이자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

과거 여행 영상은 여행사에서 홍보를 위해 제작하던 것이거든요. 전문 모델이 출연하고 모두가 즐기는, 예상할 수 있는 모습만 소개됐죠. 하지만 여행에는 각자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잖아요. 저희는 이 점을 잘 파악했다고 봐요. 연예인이나 특별한 사람이 출연하는 것이 아닌 내 옆집에 살거나 학교에서 한 번 봤을 것 같은 사람들이 나와 여행을 즐기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나도 충분히 영상을 만들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심어준 거죠. 다른 소재의 콘텐츠들은 스튜디오를 빌리고 기획하고 대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러한 여행 영상은 스마트폰으로 찍고 간단히 편집하고 노래만 씌우면 되니까요. 나를 표현하는 일종의 포트폴리오로써 영상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여행에 미치다를 만들어 준 영상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준기 대표는 이 영상을 꼽았다. 그는 “이 영상이 여행 영상을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영상제공=여행에 미치다
“해외 한 달 살기, 사실 후회하죠”
Q. 전 직원을 ‘한 달 살기’로 보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사실 회사 일이라는 게 어떻게든 패턴화될 수 밖에 없잖아요.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저희도 예외는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재작년에 한 유튜버가 한 달 살기 영상을 기획해 만든 걸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영상을 보고 ‘왜 우리는 한 달을 떠날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직원들에게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다 같이 준비해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미를 운영하며 가장 후회하는 한 가지에요. 계획할 때는 한 달 해외 다녀와서 콘텐츠만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통장 잔고도 바닥나고 생각한 것보다 콘텐츠 제작에 대한 변수도 많았어요. 그래도 되돌아보면 ‘잘했다’고는 생각해요. ‘여미’가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거든요.

/여행에 미치다 유튜브 페이지 캡처/여행에 미치다 유튜브 페이지 캡처


Q.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여행에 미치다’라는 공간을 통해 직업이 생기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해요. 프리랜서 여행작가나 콘텐츠 감독들, 그리고 실제 관광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거든요.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여행 관련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도 생기구요.

Q. 대표님의 ‘인생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지난해 한 달 살기 당시 다녀왔던 뉴질랜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일주일 정도가 아니라 한 달 동안 해외에 살면 여행이 아니라 ‘생존’에 가까워지거든요.(웃음) 근데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하나 환경에서 살게 되니까 생각보다 제가 못하는 것들이 많더라구요. 면허도 없어서 누군가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물건도 계속 잃어버리고요. 한국사회에서 저는 ‘여행 크리에이터’라는 직업 때문에 반짝여 보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를 객관화할 수 있던 시간이었던 거죠.

조준기 여행에 미치다 대표의 한 달 살기 영상/영상제공=여행에 미치다


SNS 인스타그램에는 ‘여행에 미치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은 650만개에 달한다. ‘여행을 즐기는 2~30대들은 누구나’여행에 미치다‘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자신의 여행을 SNS상에서 공유한다./인스타그램 캡처SNS 인스타그램에는 ‘여행에 미치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은 650만개에 달한다. ‘여행을 즐기는 2~30대들은 누구나’여행에 미치다‘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자신의 여행을 SNS상에서 공유한다./인스타그램 캡처


/제공=여행에 미치다/제공=여행에 미치다


“이제는 오프라인으로...'여행에 미치다'의 목표”
Q. ‘여행에 미치다’가 세운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에는 수많은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면서 개개인 채널의 조회 수, 성장 속도는 절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분산되는 거죠. 또 여행 영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개개인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한 브이로그로 유행이 변화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전문적이고 대규모의 콘텐츠 하나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기보다는 다양한 채널을 공급하며 소통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여미’의 주요 소비자층은 20~30대지만 40~50대의 여행도 있고 저와 여미 크루들도 그 나잇대가 될 거잖아요. 단순히 20~30대의 여행, 40~50대의 여행을 따로 보여주기보다 가족여행,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 직장인이 갈 수 있는 여행 등 접점이 있는 테마를 통해 콘텐츠 다양화를 이루려고 합니다.

또 여행 관련 산업 시장 규모가 굉장히 작은 편인데 앞으로 산업이 발전하려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결합이 필요하다고 봐요. 하반기에는 여행에서 필요한 제품이나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제품, 인테리어 소품들을 제작하고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여행’을 어떻게 바라봤으면 하는지.

여행을 통해 잠시라도 ‘갓길’로 나와 자신을 되돌아보셨으면 해요. 엄청난 교훈이 없어도 충분한 가치가 있거든요. ‘여행에 미치다’도 이렇게 탄생했어요. ‘여미’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에 저도 세계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여행이면 다 즐거울 줄 알았고, 다녀오면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 돼 있을 줄 알았는데 둘 다 아니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여행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에 직면했는데 이때마다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고요. 이런 게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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