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대이란 전략, ‘볼턴 퇴장’ 영향받나…제2의 대북 정책 될지 주목

‘말의 전쟁’→정상회담 급반전 가능성

美 민주 일각 “내실 없는 사진 찍기용” 경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2019 공화당 하원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워싱턴 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2019 공화당 하원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워싱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전략이 제2의 대북 정책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워싱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대이란 초강경 노선을 주도했던 ‘슈퍼 매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축출되면서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미 정치권에서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대북 관계의 전철을 대이란 정책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하순 열리는 유엔총회 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한미·이란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 이후 한때 군사적 충돌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미·이란 관계가 정상회담을 통해 대반전을 이룰지도 관심이 쏠린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볼턴의 퇴장이 트럼프의 대이란 변화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이란 매파와 비둘기파 양쪽 다 볼턴 전 보좌관의 퇴출로 인해 이란에 대한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데는 같은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매파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정상의 회담이 이뤄질 경우 이란 핵 합의 복귀 등 강경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더 힐은 전했다.


야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 퇴장을 반기며 이란 문제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더 힐에 따르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체’ 없는 화려한 정상회담만 추구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한편 이란과 새로운 합의를 해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외교위 소속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의원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협상에 관심을 갖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의) 사진찍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도 로하니에게 사진 촬영의 기회를 주진 않았다”며 “미·이란 정상이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실질적 성과를 견인할 수 있는 외교적 기초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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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의 적수들과 관련해 반전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17년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공언해놓고 2018년 그 나라의 정상을 만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서도 상당히 호전적인 레토릭(수사)을 구사했지만, 그가 로하니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이란 문제와 관련해 “이란은 잠재력이 있으며 비핵화하면 부유해질 수 있다”면서 북한에 적용한 ‘비핵화 시 더 밝은 미래’ 프레임을 이란에도 적용해왔다. 이와 함께 이란과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1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하기 전날 대이란 제재 완화를 시사했으며 이것이 볼턴 보좌관 사퇴의 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내용이 볼턴 전 보좌관의 측근 발로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 여부에 대해 공화당 소속인 짐 리쉬(아이다호) 상원 외교위원장은 “제재 완화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완곡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퇴장 이후 제재 완화를 할까봐 걱정이 되느냐’는 질문이 다시 나오자 “그에 관해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 내 친(親)트럼프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그 주변의 모든 인사는 이란 핵 합의가 나쁜 합의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좋은 합의를 추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노선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유엔총회 기간 미·이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란의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와 최대 압박 작전은 두 정상의 만남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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