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명분없는 한전공대 만들려고 자회사까지 망치나

한국전력이 한전공대 설립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회사와 공동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17일자 본지에 따르면 한전은 수력원자력과 남동·남부·동서·중부·서부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에 한전공대 설립·운영비에 대한 출연 분배를 요청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탈원전정책 등 때문에 한전에 적자가 쌓여 비용부담이 버거워지자 자회사를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올해부터 한전공대 편제가 완성되는 2025년까지 예상되는 설립·운용비를 8,3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안정화 단계인 개교(2022년) 이후 10년(2031년)까지로 잡으면 두 배 수준인 1조6,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재무구조가 악화일로인 한전으로서는 홀로 이런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전은 지난해 상반기 8,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 규모가 9,200억원에 달했다. 올 한해 영업손실은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자회사에 손을 벌리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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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자회사들 역시 재무구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6개 발전 자회사의 부채비율은 올해 이미 100%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중부와 서부발전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데도 한전공대 부담까지 떠안으면 상황이 나빠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공대 만들려다 한전도 모자라 자회사들마저 부실화할까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지금은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 5년 안에 기존 대학의 5분의1이 문을 닫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1조원 넘게 들여 대학을 새로 짓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 한전과 자회사의 부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실효성 없는 대학 설립이 아니라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한전공대가 필요한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설립 포기가 최선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대학 예정지인 나주 인근의 기존 대학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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