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막한 제35회 신한 동해 오픈(총상금 12억원)은 시작 전부터 ‘코스와의 전쟁’으로 점쳐졌다. 긴 전장(파71·7,238야드)과 발목까지 잠기는 깊은 러프는 우승 경쟁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교타자와 장타자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에서 열린 대회 첫날 ‘장타자 삼국지’가 예고됐다. 신한 동해 오픈은 올해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일본 투어, 아시안 투어의 공동주관 형태로 바뀌었다. 한 번의 우승으로 3개 투어 출전권을 모두 확보할 수 있어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첫날 3개 투어의 장타자들이 나란히 우위를 점했다. KPGA 투어의 서요섭(23), 일본 투어의 이마히라 슈고(27)와 재미교포 김찬(29), 아시안 투어의 재즈 제인와타난넌드(24·태국) 등이다.
이번 시즌 KPGA 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서요섭은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5언더파로 공동선두를 달리다 17번(파3)과 18번홀(파4)을 연속 보기로 끝낸 게 아쉬웠다. 지난 6월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강자로 급부상한 서요섭은 평균 305.7야드로 이 부문 4위에 오른 장타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갔다. 13번홀(파4)에서는 페어웨이를 놓치자 무리하지 않고 세 번째 샷을 홀에 붙여 파를 지키는 위기관리 능력도 과시했다.
상금랭킹 10위 이내 선수 중 9명이 참가한 일본 투어에서는 이마히라가 5언더파 67타로 공동선두에 오르며 앞장을 섰다. 지난해 상금왕을 차지한 그는 올해도 준우승 2회로 상금랭킹 5위를 달리는 기대주다. 고교 중퇴 후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다녀온 이마히라는 165㎝, 65㎏의 크지 않은 체구지만 평균 293.2야드로 투어 30위에 올라 있을 만큼 만만찮은 장타력을 갖췄다. 과거 재미교포 앤서니 김처럼 그립을 거의 고무 끝부분까지 내려 잡는 것으로 눈길을 끈 이마히라는 “샷 거리에 큰 변화 없고 더 안정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편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투어를 주 무대로 하는 김찬의 장타력은 여전했다. 2017년 일본에서 3승을 거둔 뒤 허리통증으로 지난해를 통째로 쉬었던 그는 허리에 부담을 덜 주는 스윙으로 변화를 줬으나 320.3야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10번홀에서 출발, 첫 3개 홀에서 4타를 잃었지만 이후 보기 없이 9개의 버디를 몰아쳐 역시 5언더파로 공동선두에 나섰다. 김찬은 “러프가 깊지만 일단 멀리 보내면 러프에서도 짧은 클럽을 잡을 수 있어 장타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올해 코오롱 제62회 한국 오픈을 제패한 제인와타난넌드는 아시안 투어 상금 1위를 지키고 있다. 호쾌한 스윙을 앞세운 그는 보기 3개에 발목을 잡혀 2언더파를 기록했으나 2번홀(파5) 이글을 곁들이는 등 우승 후보의 면모를 보여줬다.
각각 GS칼텍스 매경 오픈과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이태희(35)와 호주교포 이원준(34)은 나란히 4언더파로 1타 차 공동 3위를 달렸다. 5월 바이런넬슨 대회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우승을 달성한 강성훈(32)과 양용은·김대현 등은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이 대회로 필드에 복귀한 PGA 투어 멤버 노승열(28)은 14번홀(파5)에서 트리플보기를 기록하는 등 4오버파 76타로 하위권에 처졌다.
/인천=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