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회생법원에 등록된 회생회사 M&A 공고는 총 9건에 이른다. 이중 8건이 전기·전자·기계·금속·섬유 등 제조업에 집중됐다. 지난해 회생회사 M&A 공고가 7건(제조업 3곳)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계 기업 매각 시도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통상 회생기업 채권자들은 회생 절차를 빠르게 종료해 회사를 조기 정상화하고자 할 때 공개 M&A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일시적으로 자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브랜드나 영업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투하이소닉, 유니코엠텍, 한양계전, 다이나맥, 에프티이앤이, 프리미스, 이맥스아이엔시, 바이오빌 등이 매각을 통한 기업 회생을 시도한 제조기업들이다.
문제는 M&A 성공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 3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성동조선해양이 대표적 사례다. 성동조선은 이달 말까지 ‘스토킹호스’ 방식의 매각을 추진한 뒤 끝내 새 주인을 찾는데 실패할 경우 10월 초 4번째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IB업계에서는 이번 매각마저 실패할 경우 성동조선이 끝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서울회생법원에 매각 공고를 낸 제조기업 중에서도 지투하이소닉, 다이나맥, 바이오빌 등은 인수 기업을 찾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한계기업들이 기업 회생을 아예 포기하고 파산절차로 직행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은 총 484건으로 같은 기간 법인 회생 신청(497건)에 거의 다가섰다. 기업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으니 처음부터 파산 절차를 밟아 ‘빚잔치’를 한 뒤 회사를 포기하려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공개매각이 실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M&A가 기업을 정상화하고 고용을 유지하는데 효율적인 방법인만큼 민간 투자자 뿐 아니라 정책금융기관의 효율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