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정준칙 법제화' 제안 적극 검토해야

정부의 재정확대 드라이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진한 경기를 보강하기 위해 재정확대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지만 지나친 것이 문제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아예 무시한 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질주하고 있다. 4일 안민정책포럼이 개최한 ‘국가 재정확대 이대로 좋은가’ 주제의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정부 재정운용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것은 이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장 출신인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기축통화국을 제외하면 우리 부채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하다”며 “정치중립적인 재정위원회를 설치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재정지출 때 재원대책을 첨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공공 부문을 통한 우회지출이 재정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이내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발표한 것은 2016년 8월이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도 재정준칙 법제화에 찬성하는 등 정치권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 국면이 이어지면서 제도화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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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서 재정준칙을 지키자는 목소리는 정부 여당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채무비율 40% 마지노선의 근거가 뭐냐”고 묻고 여당은 입만 열면 ‘재정확대’를 외치고 있다. 야당 시절 “나라 곳간이 바닥나 730조원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게 됐다”고 비난했던 그들이 맞나 싶다.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내년에 39.8%,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져 4년 뒤인 2023년에는 46.4%로 치솟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속도에다 기축통화국도 아닌 한국에 재정 건전성은 경제의 마지막 보루다. 국가 안보만큼이나 중요하다. 재정을 한번 허투루 쓰기 시작하면 재정 건전성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켜야 할 재정준칙은 번 만큼 쓴다는 ‘페이고(pay as you go)’ 원칙이다.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해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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