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17%.
에너지 소비량을 기반으로 건물의 성능을 평가하는 에너지패스 인증제를 1989년에 도입한 독일은 2002년에 이를 의무화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핵심 건자재 중 하나인 ‘코팅유리’의 시장 침투율이 90%에 다다른 게 20년이 훌쩍 넘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영국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국가에선 건자재로 쓰인 판유리 10개 중 8개가 코팅유리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 갈수록 코팅유리 시장이 급격히 덩치를 키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기준 국내 코팅유리의 시장 침투율은 1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전력 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4위다. 전력생산의 큰 축이 석탄 화력발전소인 만큼 에너지 소비량이 늘면서 탄소 배출량도 덩달아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선 미세먼지로 국민 개개인의 일생생활에마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여타의 환경규제가 없는 탓에 유럽과 달리 코팅유리는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지난달 30일 세계 1위 건자재업체인 생고뱅으로부터 한국유리공업을 2억4,000만유로(3,150억원)에 되사오는 ‘깜짝’ 인수·합병(M&A) 거래를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코팅유리 시장이 이에 발맞춰 급격히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게 글랜우드PE의 판단이었다.
여타의 환경규제 없이 보수적으로만 봐도 코팅유리 시장은 향후 5년 새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코팅유리 시장 규모는 1,720억 가량으로 추산된다. 2023년 코팅유리의 시장 침투율이 29%까지만 오른다고 가정하면 시장규모는 3,200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수준인 90%까지 올라서게 되면 시장 규모도 그에 걸맞게 팽창할 수밖에 없다. 1992년 환경규제를 도입했던 독일의 경우 8%였던 코팅유리의 시장 침투율이 7년 뒤인 199년 90% 수준까지 올라선 바 있다.
생고뱅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한국유리공업을 사기 위해 국내 IB가 각축을 벌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코팅유리의 재료가 되는 판유리의 경우 한국유리공업이 KCC와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코팅유리 제조업체도 KCC와 LG하우시스, 한국유리공업 뿐이다. 1위 사업자는 한국유리공업이다. 특히 코팅유리의 경우 톤당 가격이 76만원으로 판유리 대비 가격이 비싸고, 제조 마진율도 27.9%로 코팅유리(8.3%) 보다 세배 가량 높다.
글랜우드PE 관계자는 “환경규제와 관련된 산업은 향후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시장이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라며 “코팅유리의 경우 향후 매출과 이익도 비약적으로 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국내에 되사갈 만한 기업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