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북동부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결정했다가 또 다시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밀어붙이려 하자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반발해 사임하는 등 극심한 논란을 빚은 시리아 철군 문제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정치적 시험대에 올라선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백악관은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이다.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군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도움을 준 쿠르드 동맹을 터키가 공격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묵인한 것처럼 인식돼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트윗을 통해 “이제 이들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며 철군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하는 글을 올리자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이 미국을 적극 돕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상원, 하원 가릴 것 없이 이번 방침이 이슬람국가(IS)를 포함해 미국의 적대국을 강화하고 그 지역에 있는 쿠르드족 동맹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시리아에서의 황급한 철수는 오직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 아사드 정권만 이롭게 할 것”이라며 “IS와 다른 테러집단이 재집결할 위험성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이 결정이 시리아를 혼돈으로 밀어넣고 IS를 대담하게 만드는 “진행중인 재앙”이라며 “이번 결정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지 분명히 하고 싶다”고 혹평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국방부는 대통령이 그런 것처럼 북시리아에서 터키의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터키 측에 일방적 군사행동이 터키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점심 무렵 재차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군은 언제든 돌아가 폭파할 수 있다면서 터키를 겨냥해 “터키가 도를 넘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나는 터키의 경제를 완전하게 파괴하고 말살시킬 것(나는 전에도 그랬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터키의 군사 행동에 반대하지만 자신의 소신인 시리아 철군은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여겨져 향후 극심한 여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더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를 천명했으며, 실제로 작년말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시간이 됐다”며 시리아 철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철군이 시리아 상황을 악화하고 동맹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반대하며 사임했다. 또 공화당 내에서 반대 여론이 급등하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