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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팍팍한 삶…여성 대상·생계형·노인범죄 늘었다

■2분기 범죄동향 리포트 분석
강력·폭력·교통범죄 줄어드는데
사기·절도 등 재산범죄는 증가세
65세이상 범죄자 전년比 13% 쑥
아동 등 취약층 대상 범행도 급증
사회안전망 강화 등 대책마련 시급

불황에 팍팍한 삶…여성 대상·생계형·노인범죄 늘었다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사기와 절도 등 재산범죄, 노인들의 범죄, 여성·아동 대상 범죄 등이 급증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달 광주광역시에서는 77세 노인이 절도죄로 경찰에 입건되는 일이 벌어졌다. 여든을 바라보는 백발이 성성한 나이의 그가 경찰서에 오게 된 것은 창고에 있던 30만원 상당의 미니세탁기를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긴 혐의였다. 평소 폐기물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홀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그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결국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 말았다. 올해 초에는 길거리에 세워놓은 리어카를 훔친 혐의로 70대 독거노인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장기화하는 경기둔화가 우리 사회의 범죄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경기침체에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사기와 절도 등 재산범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범죄자의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불황에 팍팍한 삶…여성 대상·생계형·노인범죄 늘었다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늘어나는 재산범죄=9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대검찰청이 내놓은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 2·4분기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45만2,5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범죄 건수가 지난 2018년 2·4분기에는 전년 대비 6.9% 감소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사기·절도 등 재산범죄의 증가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2·4분기 재산범죄의 발생 건수는 15만5,61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력범죄(-5.4%)와 교통범죄(-6.1%), 폭력범죄(0%) 등은 발생 건수가 줄거나 제자리걸음하며 대조를 이뤘다. 재산범죄 가운데 사기는 1년 전보다 13.9% 늘었고, 절도도 6.6% 증가했다. 배임의 경우 45.3%나 급증했다. 재산범죄가 빠르게 증가한 데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불황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황으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사기나 절도와 같은 재산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폐지 줍다가 범죄자로 전락하는 독거노인=경기불황은 급격한 고령화와 맞물려 범죄자의 연령대를 점차 높이고 있다. 올 2·4분기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범죄 건수는 전년 대비 13.1%나 증가했다. 2018년 2·4분기(3.1%)보다 1년 만에 증가 폭이 네 배 넘게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범죄에서 고령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5.7%에서 지난해 7.6%에 이어 올 2·4분기에는 8.4%까지 높아졌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 속에 경제적 자립도가 떨어지는 노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2017년 기준 4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5%)의 세 배를 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고령범죄자가 저지른 범죄 가운데 재산범죄가 가장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 CNN은 지난해 말 한국 노인 범죄 급증을 다룬 특집기사를 홈페이지 톱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절대빈곤이 심각한데다 사회와도 점차 유리되다 보니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인 돌봄서비스 확대 등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포의 공중화장실…불안에 떠는 여성들=사회 양극화와 실업난으로 우리 사회의 분노지수가 치솟으면서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도 늘고 있다. 2·4분기 여성피해자 발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전체 범죄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 비중은 2015년 34.7%에서 올해 2·4분기에는 37.8%까지 높아졌다. 성폭력범죄 가운데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성적 목적의 장소침입’은 2·4분기 기준 2017년 113건에서 올해 163건으로 2년 새 44% 넘게 늘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성적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자와 사진 등을 보내는 ‘통신매체 이용 음란범죄’도 2016년 1,112건에서 지난해 1,379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범죄에 노출되는 아동피해자도 증가세다. 2·4분기 만 13세 미만 아동피해자 발생 건수는 3,7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 늘었다. 곽 교수는 “여성과 아동은 상대적으로 자기방어능력이 부족한 계층”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사회 구조의 변화로 범죄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교수는 “이제는 단발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범죄 문제를 국가의 주요 정책 어젠다로 삼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법무부·경찰청 등 관련 부처들이 모두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사회안전망 구축 등 범죄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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