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못 빼내니 또 다른 못질…미궁 빠지는 '공원 일몰제'

서울시도 '도시자연공원구역' 추진

전문가 "재원 대책 없는 미봉책"

토지주는 "사유재산 침해" 반발

하단공원표



“구룡공원 소유자들은 지난 35년간 공원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하던 중 대법원 판결로 2020년 7월 자연녹지로 해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주시가 또다시 도시 계획적 방법으로 재산권을 제약하려 합니다. 부득이 10월10일부터 등산로 폐쇄 결정을 했습니다.”

지난 10일 청주시 구룡공원에는 이 같은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공원 일몰제’로 겨우 개발제한에서 풀려나려는 찰나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자연공원구역’이라는 새로운 규제로 개발을 제한하기로 한 것에 토지주들이 행동에 나선 것.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일몰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도 내년 7월 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추진한다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미봉책이라고 지적하다. 근본적인 대책은 도시공원을 매입할 재원 마련인데 이것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재원이 부족한 공공을 대신해 민간에서 공원을 조성하는 대신 일부 용지를 개발하도록 허용하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있기는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14일 서울시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117.2㎢의 57.3%인 67.5㎢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안’을 공고했다. 주민 및 관계 기관의 의견을 들은 후 시의회 의견청취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최종 고시할 계획이다.


시의 이번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은 이른바 공원 일몰제라 불리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제 때문이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제는 공원이나 도로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지만 20년간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 구역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인한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 침해를 인정해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기존 제도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고 실효제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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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에 의해 2020년 7월부터 실효되는 서울시 공원은 117.2㎢에 달한다. 이는 서울 도시공원의 83%, 여의도 면적의 33배 크기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25.3㎢를 매입해 공원으로 유지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24.8㎢를 제외한 나머지 67.5㎢에 대해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일몰 기한이 있는 도시계획시설과 달리 유지 기간이 별도로 없고, 정부의 보상 의무도 없다.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단계적으로 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도시공원일몰제 적용 대상인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꿈나무소공원과 이촌파출소./서울경제DB도시공원일몰제 적용 대상인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꿈나무소공원과 이촌파출소./서울경제DB




문제는 이 같은 방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당장 토지주들은 지자체 움직임에 대해 사유재산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위헌 결정을 받아 공원에서 벗어나게 됐는데 또 다른 법을 끌어와 기존과 비슷한 규제를 하는 것은 헌법 불합치 판결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토지주들은 헌법 소원을 제기해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서울시 측은 “헌법 불합치 판결문을 보면 지목이 대지인 경우 재산침해가 가혹하다고 돼 있다”며 “이를 고려해 대지의 경우 우선적으로 보상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자체들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정작 중요한 재원 마련 대책은 쏙 빼놓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원 보존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필수인데 이것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활성화 대책도 오리무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 활성화하려면 최소부지 면적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에서 납입하는 현금 예치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지역에서 사업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모델이 일본 ‘민설공원제도’인데 일본에서는 사업대상지 최소 규모가 1만4,200㎡로 우리나라보다 낮다”며 “사업 활성화를 위해 대상지 규모를 낮추고, 현금 예치금 부담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윤선·강동효기자 sepys@sedaily.com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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