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특별기고] 조국 퇴진이 남긴 과제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국 일가 수사 마무리에 협조

분열된 국민통합·화합 끌어내고

진정한 檢개혁 방향부터 정해야




정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임명철회·해임이 아니라 자진 명예퇴진 형식으로 마무리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임명돼서는 안 될 후보자였음이 충분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절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이 갖고 있던 상식과 공정가치가 무너져 내렸다. 조국이 장관으로 재임한 하루하루가 젊은이들 가슴에 새로운 못을 박았다. 최고 공직자에 대한 선망, 기성세대에 대한 믿음, 법 집행자에 대한 공정가치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지도자의 본모습에 배반당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론의 호도와 피의자의 인권을 빙자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절차의 공정성도 파괴당했다.

조국 본인은 몇몇 개혁안이라도 시급히 실행에 옮긴 업적에 비중을 두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가적 검찰개혁 과제를 정치 행보의 수단화하고, 본인이 책임지지 못할 개악안을 던져놓고 먹튀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 검찰의 본류는 범죄예방과 처벌이다. 인권검찰의 애드벌룬만 띄워놓고 그걸 어떻게 본래 기능과 조회시킬지에 대한 구상은 실종된 상태다. 특수부를 축소한다는 기치하에, 집권세력의 파워베이스인 부산은 없애는 대신 반대 진영인 대구에 특수기능을 남기는 꼼수도 발휘했다. 더구나 중요한 개혁이슈를 국민·국론분열의 먹잇감으로 활용해 후임 장관과 국정에 부담만 가중시켰다.

“개혁의 불쏘시개” 운운하며 개혁가로 탈바꿈하려는 것도 볼썽사납다. 즉시 검찰에 자수해 수사받고, 이미 직업윤리를 상실한 교수직에서도 사퇴해야 마땅하다. 앞으로의 검찰개혁은 이념 중립적 인사들로 새로운 자문위원회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조국이 망쳐놓은 방향을 제대로 수정해 추진해야 한다.


조 장관 임용으로 인해 남겨진 사회적 부작용, 후유증에 대한 처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국의 임명이 검찰개혁의 시작이 아니고 조국의 퇴장이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헌정질서를 유린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하며,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잘못된 재판 관행에 대해 사법부의 진솔한 자기반성도 있어야 한다. 검찰이 조속히 조국 일가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휴대폰·계좌 등을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수사 중인 특수부 검사들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보복도 없도록 대통령이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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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중요한 국민의 뜻을 확인한 건 소득이다.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권력기관만 축소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검찰과 함께 경찰개혁을 하고 나아가 사법개혁까지 포괄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찰이 민주화되지 않으면 물려받은 수사권이 남용되기 마련이고, 법원이 정치적으로 중립화되지 않으면 기소권 중심의 검찰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가 돼 삼권분립을 유린하지 않도록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전제하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정치권력이 함부로 검찰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검찰총장과 검사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브라질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총장직선제를 검토할 수 있다. 검사들이 직접 총장 후보 2명을 전자투표로 선출하고 대통령이 선택해 임명하는 방식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수 있었던 것은 검사 인사권의 독립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2개월간의 극심한 분열과 토론의 에너지를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해 쏟기 위해서는 진정한 개혁의 방향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조국이 남긴 것 중 버릴 것을 가려내고 경찰과 사법체계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특정 이념 편향적 민간인과 변호사 단체가 장악한 검찰개혁 위원회와 자문기구부터 개혁해야 한다.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청와대와 정치권의 혁명적 반성과 수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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