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정책

팍팍한 살림살이...예금·보험 해지 급증

상반기 예·적금 해지 1,000만건

보험 중도해약도 900만건 넘어서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연 3%대의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적금 만기를 두 달여 남겨두고 적금을 해지했다. 경기 위축으로 남편이 운영하는 사업의 매출이 줄면서 매달 갚아야 할 전세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부 이모(51)씨도 최근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보험을 중도 해약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매달 10만원 안팎의 보험료가 차지하는 부담이 점점 커져서다.


올해 들어 은행 예·적금과 장기보험상품을 중도 해지하는 건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은행권 예·적금 중도해지 건수는 1,000만건에 육박했고 보험상품 중도해약도 900만건을 넘어섰다. 이자 손해와 원금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예·적금과 보험을 깨야 할 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한 가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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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기간 동안 시중은행 18곳의 정기 예·적금 중도 해지 건수는 964만4,251건으로 집계됐다. 2년 전 같은 기간(556만9,284건)에 비하면 73.2% 급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736만2,302건)보다도 30.9% 늘어난 것으로 은행 예·적금 중도 해지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해지 금액도 2년 전 같은 기간(48조790억원)보다 19% 늘어난 57조2,381억원이었다.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장기보험계약 해지도 증가세다. 불경기에 매달 내야 하는 고액의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가입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명·손해보험사 보험상품의 중도해약 건수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912만9,382건으로 2년 전 같은 기간(717만6,219건)보다 27.2% 늘었다. 이에 따라 해약 환급금도 같은 기간 39조9,361억원으로 22.8% 급증했다. 보험상품의 경우 중도 해지할 때 납입한 보험료보다 돌려받는 해지 환급금이 더 적어 소비자가 원금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지만 갈수록 ‘울며 겨자 먹기’로 중도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예·적금과 보험의 해지·해약 건수 증가는 경기침체와 가계 소득 저하에 따른 서민들의 가계생활 자금 확보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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